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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Dec 12. 2021

마음에 품었던 사직서를 제출하다.

시원함,아쉬움,공허함이 교차되던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소하게는 식사메뉴나 미팅장소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거창하게 결혼이나 퇴사, 재취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순간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느쪽을 선택해도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선택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건, 모든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사직서도 그렇다.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계속하면 월급은 오르고 커리어는 적립되겠만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아이들 케어에 대한 부담감과 집안일의 대소사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나의선택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제주도이주를 선택했다.


 드디어...마음에 품었던 사직서를 제출했다.



올여름,아니 매해  번아웃 되어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던져 버리고 뛰쳐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부당한 처우와 차별,  2년동안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던 학부모와 한 아이,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임용실패에 대한 패배감...


그런데  마음에 품어왔던  일이 현실이 되어 거짓말처럼 그 순간을 마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막상 사직서를 작성하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사직서만 쓰면 시원 통쾌할줄 알았는데 막상 그 시간에 도래하니 뭐라 표현 못할  아쉬움과 공허함이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사직서를 바라보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토록 쓰고 싶었던 사직서인데...  퇴사이유와 퇴사일을 작성하려니 쉽게 써지지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쉼호흡을 하며 조용히 써내려갔다.  무슨 전장에 나갈 준비를 하는 장군의 심오한 마음으로...


 이곳 학교에서 10가까이 근무할동안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2012년,3월 1일 30대에  들어와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뀔동안  동고동락한  나의 삶의 터전이자 일터였던 학교 곳곳에  손길이 스치지 않은곳이 없.  

이 학교와의 인연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이곳에서 스친인연과 추억은 소중한 삶의 발자취가 되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함박웃음 지으며  뛰놀았던 너른 운동장,  아이들의 천국인  놀이터,  체육활동과 게임등 신체놀이 했던 강당,  아이들과 산책을 즐겼던 아람원, 재미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았던 도서관, 우리의 배꼽시계를 책임졌던 급식실... 행정업무로 인해 발 닳도록 드나들었던 행정실, 결재를 위해  수없이 문을 두드렸던 교무실(  미리 상신하지 못한 품의서 때문에 경위서까지 써야했던 처절하게 가슴 아픈기억이 머문곳) 까지...다 추억이 깃든곳이다.



나의 30대, 희노애락의  history 가 고스란히 담긴 이 일터에서의 추억이 스냅사진이 넘겨지듯 사라락 지나갔다. 배려와 소통, 교류가 넘쳤던 선생님들과의  시간들을 마무리할때가 다가옴을 직감하니 허전함과 아쉬움이 내면을 꽉 채웠다.


코로나로 인연이 된   방자원봉사자 선생님과 인연도 끝맺음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가슴아팠다. 늘 출근길 복도에서 마주치면"선생님,안녕하세요!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힘내세요!! 라며  정감어린 인사와  다정한 안부를  더랬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따스한커피와 간식을 건네며 진심어린 소통을 나누기도 했다.


입사동기로 수많은 시간들을  함께한 선생님들이 계신다.


  손가락이 크게 다쳤을때, 손수 반찬을 만들어 오셔서 아이들 먹이라고 전해주셨던 손00 선생님,


큰아이 수술과 병원진료때문에 자리를 비워야했을때 대신해 수업을 맡아주셨던

이00 선생님,


부당한 업무와 힘든일로 스트레스 받았을때

맛난음식을 먹으며 친구처럼  다독임과  공감을 해주셨던 김00 선생님


같은 고향  후배라며 김장김치,아이들 책과 장난감,간식거리를 챙겨주셨던 강00선생님


이분들의  가슴 따스한 정성어린 챙김을 어찌 잊을까 싶다.  이분들과 켜켜이 쌓은  행복한 흔적들을 잘 엮어 가슴한켠에  묻어야할 시간

직감한다.


애증의 관계에 있던 우리반 꼬맹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 사실후회와 미안함 성난 파도가 물 밀려오듯하다.

"조금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줄걸..."

"조금더  환하게 웃어줄걸..."

"조금더 따뜻하게 다가갈걸..."

"조금더  칭찬해줄걸..."

"조금더 의견을 수용해줄걸..."

.

.

계속 조금더, 조금더란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조금더 있으니 헤어질때까지 후회의 마음을 만족감,안도감으로 만회해 보려한다.



17년의 경력동안  그야말로 쉼없이 달려왔.

강박에 가까운 워커홀릭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소속감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어쩜 안도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쉼에는  익숙치 않은 생체리듬을 갖고 있. 큰 쉼의 삶리듬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것을 예상한다. 그래서인지 막연한 두려움 거대한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내생애 꿈꿔보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이 나를 어디로 어떻게 데려다 줄지 안개가 낀듯 자욱하다. 하지만  새로운 비상을 꿈꿔보려 한다.

시간제약으로 인해 미뤄두었던,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해 보려한다. 어쩜, 진짜의 나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긍정적 암시일지도... 나도 모르게 빨간머리앤처럼  되뇌이게 된다.

 이 모퉁이를 돌면 어떤것이 있을지 알수 없어요.난 그뒤엔 가장 좋은것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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