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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Oct 09. 2021

생애 첫 낚시, 낚시의 맛을 알게 되다

가족 사랑을  듬뿍 낚다

 6개월간 이용한 숙소를 연세로 돌리다.



제주도에서  일하던 남편이 6개월간 이용한 숙소를 고민 끝에 연세로 돌렸다. 서귀포 남원읍 수망리 산속에 위치한 장소라 제주공항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처음에는 숙소의 위치가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제주바다보이는 것도 아니고 마트나 편의점등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러모로 불편했다.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가려면 남원읍사무소가 있는 차로 10분 정도를 가야 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뚜벅이인 나는 남편이 없으면 이동하기가 무척이나 불편했다.  


8월 휴가기간에 아이들과 남편 숙소를 찾았을 땐, 남편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동행하에  체험할만한 곳을 물색하고  그곳에 가기 위해 카카오 T 앱을 통해 택시를 불렀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거기가 어디인가요?

제주 택시기사님도 숲 속에 있는 숙소라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아는 지역의  주변 상황의 정보를 아는 대로 안내해드렸다. 한참을 기다리자, 택시기사님께서  도착했다.


나를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산속에 있는 줄 알았으면 안 왔어요!"

"택시요금 더 주셔야 해요.!"하고 투덜대시는 게 아닌가?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서귀포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을 찾 감귤 따기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한테 투덜댔다.

"왜 이런 곳에 숙소를 구했어?"

"택시 타기도 불편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불편하고, 마트도 가까이 없고..."

"어디 놀러 가기도 너무 힘들잖아."


남편은 대답한다.

"여기 좋잖아, 조용하고, 아침에 새소리도 들리고, 마당도 있고..."

"바다도 가깝고..."

" 나름 고민하고 고른 거야."

"자기가 운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남편의 말을 들으니, 맞는 말이다. 남편도 나름 생각하고 고민하고 구한 숙소일 텐데...

며칠 휴가로 놀러 온 사람이  며칠간의 생활이 불편하다고 투덜댔으니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숙소를 연세로 돌렸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아이를 위해, 아이들과  제주도 오고 싶을 때마다  부담 없이 올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배려였다. 연세로 돌렸기 때문에 여행 때마다 숙소 예약에 대한 부담이 없어져서 이번 연휴기간에도 제주도를 찾았다.


여유로운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얼른 일어나라며 재촉을 한다."얼른 일어나!" "아침에 낚시하러 갈 거야!"


아침 7시부터 낚시를 하다


아침 7시부터 낚시를 가자고 했다.

" 아침부터 무슨 낚시야!"  "싫어, 가기 귀찮아!"  "당신과 애들만 가면 안될까?"라고 했더니

"아니, 무슨 소리야!" "우리 가족은 늘 together 해야 하는 거 몰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더 자면서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남편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투덜대며 따라갔다.


낚싯대와 물고기 담을 바구니, 먹잇감 찌 등 을 준비하고 차에 올라탔다. 낚시하러 가는 바닷가를 가는 과정에서 만난 제주 아침 풍경은 기분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아침햇살, 시원한 바람은 연휴의 아침을 여유와 행복함으로 물들게 했다.


숙소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 태흥 포구라는 곳에 자리를 잡고 낚시할 준비를 했다.

남편은 먼저, 어젯밤에 설치해 둔 통발을 먼저 확인한다며 통발의 줄을 끌어당겼다.


통발의 줄을 당겨 통발을 끌어올리는 순간 아이들과 나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와~~~ 문어다!!!"

전혀 상상치 못한 통 발안에 문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발에  문어가 잡혔어요.


이외에도 통 발안에는 물메기와 작은 꽃게 , 귀여운 복어, 물고기들이 있었다. 처음 본 복어를 본 아이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문어만 빼고 작은 물고기들은 그대로 살려 주었다.


"문어로 뭐해 먹을까?"

"우리 문어라면 어때?"

"좋아요!"

우리는 싱싱한 문어로 아침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문어는 물바구니에 담아놓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할 준비 태세를 갖췄다. 새우 미끼와 지렁이를 낚싯바늘에 끼고 멀리 던져 보았다. 아빠의 말에  아들은 거부감 없이 곧잘  따라 했다. 부자의 낚시는 그렇게 진행이 되고 나와 딸아이는 아빠 옆에서 응원을 하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낚싯대를 던지고  몇 분도 안되어서 남편의 낚싯대가 흔들리더니 물고기가 잡혔다.

딸과 나는 또 호들갑을 떨며 "와~~~ 물고기다"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들의  낚싯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낚싯줄을 되감고 낚싯대를 건져 올리자 물고기가 잡혀 있었다.

신기했다. 물고기가 거짓말처럼 바로바로 잡히다니...

내가 옆에서  흥분해하며 즐거워하자, 남편은 "낚싯대, 한번 잡아봐"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잡아보는 낚싯대라 조금 겁이 났지만  낚싯대를 잡아보았다.


 갑자기  낚싯대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 이게 입질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다.

순간 물고기를 놓칠까 봐 무서웠다.


"어.... 자갸! 낚싯대가 마구 흔들려!!" "물고기가 먹잇감 먹은 것 같아!"

"어떡해?!! "

"얼른 낚싯줄을 감겨야지!"


남편의 조언대로 줄을 열심히 감기자 미끼를 문 물고기가 따라 올라왔다.

내가 잡은 생애 첫 물고기^^

남편과 아들이 잡은 물고기를 바라본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직접 미끼를 문 물고기를 건져 올려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신선하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아... 이게 손맛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했다.


낚시에 흥미를 붙이자, 남편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연신 2마리를 잡고서야 나는 낚싯대를 남편에게 돌려주었다.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들은 모두 성인 손바닥보다 작아서 다시 바닷가로 돌려주었다.



 숙소 앞마당에서 홈캠 핑 하며 문어라면을 먹다

흥분의 도가니였던 낚시를 마치고 통발에서 잡은 문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낚시에 진심을 다했던 탓인지 배가 무척 고팠다.

"오늘은 숙소 마당에서 먹는 거 어때?"

"오늘 아침메뉴는 문어라면과 삼겹살이야!!"

"굿 메뉴예요!"


우리 숙소 앞마당에는 홈캠핑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데크가 깔려있고  가운데 나무 탁자와  파라솔이 있고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다. 전부터 이용하고 싶었지만 지난여름 8월에는 햇살이 뜨겁고 습도가 높아서 마당에서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10월이 되어 날씨도 선선해지 바깥에서 먹어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남편은 통발에서 잡은 신선한 문어를 밀가루를 이용해 깨끗이 세척했다.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식재료와 식기들을 숙소에서 마당 탁자로 옮기고 삼겹살과 라면을 세팅 후 본격적으로 준비에 돌입했다.


남편은 라면을 끓여주고, 아들은 삼겹살을 구워주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라면 위에 신선한 문어를 투척했다.

문어라면이 익어가고 있어요~
중1,아들이 구워준  삼겹살^^

두 남자가 요리하는 동안, 딸아이와 나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휴일을 맘껏 즐겼다.  "아, 이게 행복이지!' 하며 감사가 절로 들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어가 익었다. 한 문어다리를 자르고 라면을 먹으려는데... 어? 라면에 물이 없다. 물 조절은 비록 실패했지만 통통하게 익은 문어와 라면의 조합은 환상의 짝꿍이었다.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우고 삼겹살까지 먹었다. 지금껏 먹어본 캠핑음식 중 최고의 만찬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연휴 3일 동안 아침마다 통발을 확인하고 아침저녁으로 낚시를 맘껏 즐겼다.

분위기있는 밤낚시~~
처음접하는 다양한 물고기들을 만났다~^^

남자들의 취미라고 치부해버렸던 낚시,  낚시에 내가 애정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TV에서 연예인들이 "어부 낚시"등에 나와 손맛이 이런 거지요?라고 했을 땐 전혀 이해하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낚시에 아직 낚자도 잘 모르지만 조금은 그 손맛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제주 해안도로를 달릴 때 낚시하는 사람들을 무척 많이 볼  있다. 여행 목적이 아닌 오직 낚시만을 위해서 일부러 제주를 찾는다고 한다. 처음엔 그 말에 수긍하지 못했는데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숲에 둘러싸여  위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낚시가 하기 싫다고 투덜대던 나, 생각이 조금은 전환되었다. 소소하게 홈캠핑을 할 수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는 가까운 바다가 옆에 있는 이 숙소를 애정 하려 한다.



다음 홈캠핑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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