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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Sep 07. 2021

딸과 남편의 감동 라이딩

딸, 엄마 대신 자전거 타 줘서 고마워!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는 자전거 얘기만 나오면  주눅이 들고  가슴 한편이 허전해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 타는 거 어려워? 그까짓 거  배우면 되지?라고 생각할 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형적인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어릴 적 자전거를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꼬꼬마 시절 , 나의 놀이터는  풀내음이 가득한 들과 냇가, 초록나무가 빼곡한 산이 전부였다. 자전거를 타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학 MT 때 강촌으로 여행 간 적이 있었다. 같은 과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는데 난 타지 못해

그냥 숙소에 남아 있었던 경험이 있다. 소외 아닌 소외를 당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때 오기로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연애할 적 커플 자전거를  남편과 많이 탔다.  커플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남편의 발에 맞추어 뒤에서  페달을 밟는 것뿐이었다. 연애할 적 남편은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려고 몇 번 시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겁이 워낙 많고 운동 신경이 메가급으로  둔한 나는 결국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핸들로 균형 잡고 페달을 밟고 앞으로 추진해서 나간다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조금 더 노력을 해볼걸' 하는 후회감이 파도의 물밀듯 밀려온다. 그렇게 자전거 배우기는 내 기억 속에서 저만치 잊혀갔다.


그래서 딸아이만큼은 자전거를 어릴 적에 배우게 해서 꼭 탈 수 있는 경험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딸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줄 수 없었다.  왜? 엄마인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없기에.



딸아이가 자라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었다. 자전거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맞벌이에, 남편은 해마다 제주도에 내려가 반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



남편이 없는 주말, 딸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가까운  호수 공원으로 가서 자전거 대여를 했다. 아직 두 발 자전거를 배우지 못한 딸아이는 보조 바퀴가 달린 네발 자전거를 타야 했다.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네발자전거를 타는 딸아이도,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불편했다. 유치원 때도 자전거를 1~2시간 타던 딸아이가 창피했는지 30분도 안돼서 안 타겠다고 했다. 결국 자전거를 빠르게 반납하고 다른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찰나, 지금 남편과 딸은 제주도에서  추억을 만들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한테 부탁을 했다. 쉼을 갖고 있는 동안에 딸아이 자전거를 꼭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흔쾌히 응하고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구입했다. 자전거 보호장구는 첫째 아들이 쓰던 것을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었다.




카톡! 카톡! 울려대며 사진들이 날아왔다. 동영상과 함께...

몇 번 연습만에 두 발 자전거를 타 보이는 딸아이의 동영상이었다. 순간  감동과  뭉클함이 올라왔다. 어려워할 줄 알았는데  몇 번 시도 끝에 금방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닌가?


딸아이의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내가 해내지 못한 것을 딸이 대신 이루어준 것 같은 대리만족의  희열이 느껴졌다. 자전거에 대해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을 딸아이가 자유롭게 해 준 기분이 들었다.


 너무 기뻐하자 남편과 딸은 어리둥절해했다.

"딸~~~ 잘 타네! 잘했어 대견해 우리 딸!!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렇게 기뻐요?


"응!!"

"엄마는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마음 한구석이 늘 빈 것처럼 허전했거든."

"엄마 대신 배우고 타 줘서 고마워!"



첫날에 바로 자전거 타기를 완수하고 그다음 날 라이딩을 타러 간다는 것이다.

남편이  톡을 보냈다.

"자기야, 오늘 일정은  라이딩이야"

"당신, 자전거 없잖아"

"어제 당근 마켓에서 바로 구입했지!"

100만 원 넘는 고가의 자전거를 당근 마켓을 통해 절반 가격에 구입했다고 했다.

당근 마켓에서 구입한 자전거 사진을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남편의 실행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딸아이는 오빠가 사용하던 헬멧, 보호대등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첫째 아들이 자전거 배울 때는 이렇게 감흥이 없었는데 딸아이는 그 감동이 2배로 밀려왔다. 헬멧 착용한 모습도,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남편은  딸의 자전거 타는 영상을 보내주었다.


혼자 씩씩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스러운지... 일하는 도중에도 슬쩍슬쩍 재생해 보았다. 무언가 가슴에 차오르는 뿌듯함이 온몸에 채워졌다. 자전거에 대한 갈급함과 목마름이 딸로 대신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딸아이는 앞에서 타고 뒤에서 아빠가 호위하듯 라이딩을 시작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쭉쭉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딸아이의 뒷모습... 감동 그 자체였다. 내가 마치 딸아이가 되어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1.8kg로 태어난 초 미숙아였던 우리 딸아이... 부서질 것 같았던 작은 몸, 아기 때 잘 먹지도 , 잠도 잘 자지 않아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난  울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더랬다. 작게 낳았다는 죄책감에, 못난 엄마라는 자책으로 몇 년을 힘겹게 보냈다. 산후우울증도 심각하게 겪었다. 좋지 않은 생각이 수시로 엄습했었다.


그랬던 딸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자라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못하는 걸 대신 딸아이가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에...  자전거 하나 타는 것이 무슨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큰 의미 있는 일로 채워졌다.



처음 라이딩 스타트를 끊었을 때는 무척 신난표현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바다도 가고 산도 갔는지 사진 여러 장을 보내주었다. 한참을 감상했다.


숙소에서 도로를 거쳐 해안도로까지 3시간 정도를 달렸다고 한다. 작은 몸집으로 페달을 밟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고 했다. 중간중간 휴식을 하며 아빠와 맛난 점심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끝가지 잘 완주했다고 했다.



기특하고 또 기특했다. 이번을 계기로 또 다음번 라이딩도 멋지게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달려주길 바라본다.


다음엔 엄마도 함께 같이 달려볼까?

사랑하는 딸, 완주하느라 너무 수고했어.  딸 덕분에 용기가 샘솟았어. 엄마도 다시 한번 시도해볼게.

노력해볼게. 



더 늦기 전에, 둔해지기 전에  우리 네 가족 함께 안도로의 멋진 풍경을 벗 삼아 라이딩 타러 가는 날을 감히 꿈꿔보련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H.G. 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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