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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ug 30. 2021

3주간, 자유의 몸이 되다!

남편이 휴가를 주었다.


5개월의 홀로육아를 끝내다.


드디어 5개월가량의 홀로육아의 끝이 났다.  나에겐 긴 여정의 시간이었다.

해마다 겪는 일인데도 올해는 유독 힘들었다. 찜통같은 더위와 사투, 1,2차 백신접종, 직장퇴사위기등 워킹맘의 좌충우돌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5개월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어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심적으로 힘든일의  강도가 2~3배로 느껴졌다.


'아~~ 이렇게 떨어져서는 못살겠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가족들이 서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야?'



딸아이는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빠를 그리워했다. 영상통화를 아침저녁으로 하는데도  "아빠, 너무 보고싶어요! 힝~~"

"빨리 집으로 와요." 하며 울먹였다.  워낙 애틋한 부녀사이라 서로의 빈자리가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듯했다.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일하고 나면  혼자 숙소에서 자신 몸만 챙기면 되지만, 엄마인 나는 그렇지 못했다. 출근하기전 아이들 밥을 챙기고 온라인수업, 학습등을 신경쓰고 부랴부랴 출근해서 직장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해야한다. 저녁끼니를 챙기고 마저 집안살림을 정리해야 한다. 분명 서로 맞벌이 부부로서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인데 나만 힘들고 손해보는것 같았다.


남편에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자기는 좋겠다. 혼자 있어서..."

"왜 나만 힘든거 같지?"

"당신없으니까, 애들이 더 말 듣는것 같아!"


남편은 대답한다.

"미안해, 자기 힘든거 충분히 알지!"

"조금만 견뎌. 일 마무리되면 아이들 많이 봐줄께."

"우리 강아지들 놀아주어야 하는데... 못놀아줘서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려."


나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자상한 말투로 위로를 건넨다. 마음에 쓴뿌리가 가득 찼다가도 어느새 세심한 위로에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나마 나의  수고스러움과 마음을 알아주기에 견딜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남편은 늘 한결같은 사람이다. 20대초에 만나 연애기간 7년, 결혼생활 14년차를 지나가고 있다.

이 남자와 함께 지내오면서 삶의 수많은변곡점들을 마주했다. 기쁜일,감사한일보다는 감당하기 슬픈일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위기속에서 이 남자는 슬픔을 기쁨으로 감사로 승화시키는 사람이다.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조금은 힘든 결혼생활의 위기를 견디게 해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드디어  남편의 일이 마무리 되었다.  결코 오지 않을것 같았던 시간이 도래했다. 감사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3주정도 숙소에서 데리고 있다가 추석때 쯤 집으로 돌아온다는 일정을 계획했다.


"자기야, 내가 애들 봐줄테니까 그동안 푹 쉬어!"

"친구들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자기 하고 싶은 거 많이해!"


진심으로 고마웠다. 남편의 건네는 말에 지난 힘든 시간들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챙겨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남편 숙소로 내려갔다. 아이들과 남편은 서로 얼싸안고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광경을 지켜보는 내내 흐뭇했다. 따스한 온기로 마음이 충만해졌다. 이제서야 잃어버린 퍼즐조각을 찾은 느낌이었다.


완전체로서의 짧은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아이들과 남편만 두고 오자니... 또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남편이 아이들을 진심을 다해  잘 놀아주고 챙겨주는 자상한 아빠임을 알기에 큰 미련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이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비행기 탑승수속을 밟았다. 크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나누었다.


비행기 옆자리에 아이들이 없이 혼자 앉아 있는 자체가 무던히도 어색했다. 항상 옆에서 둘이 재잘재잘 떠들어 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일년에 많이 허락되지 않기에  자유롭게 즐기기로 했다.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직면한 스트레스에서 빠져나와 그것을 다른 시각으로  볼수 있게 해준다. 또 우리가 처한 상황을 외부에서 관찰하듯 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남편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낄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내게 허락된 3주간의 시간을 어찌 보낼까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다. 우선 시간이 부족해서 구입하고도 읽지 못했던 책들이 수두룩 하다. 맘껏 읽을 계획이다. 미루었던 취미생활도 실행해 볼 예정이다. 그동안 못했던  운동도 더 신경써서 몸관리를 해야겠다는 계획도 추가했다.

3주간의 자유시간이 많이 어색할수 있겠지만 맘껏 누려볼 예정이다. 이 귀한시간을 세분화해서 엄마의 역할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삶과 감정을 반추해볼수 있는

사색의 시간으로 활용해 볼 예정이다.



고맙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세심한 배려가 감사하다. 본인도 쉼없이  일하느라 많이 지쳤을텐데 몇 주간 아이들을 봐준다고하니 말이다.


결혼생활 중 사소한일에 자주 삐치고 하루에도 몇번씩 롤러코스터 같은 마음으로 힘들게 하는데도

태평양 같은 바다마음으로 받아준다. 잘못된 나의 태도가  변화해야 하는 것을 자각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노력해야겠다.  우리가족 완전체로 다시 만나는 날까지  우리서로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귀한시간으로 채워야 겠다.



"사랑이란 으레 일상에 젖어 변해간다.
그러나... 함께하며 견뎌온 시간만큼
사랑은 덧칠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백부부 END-
헤어지기전 딸과 손을 포개어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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