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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ug 07. 2021

눈부신 제주 바다, 우도에 다 내던지다.

쉼과 힐링이 간절히 필요했다.

번아웃 증후군: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이렇게 간절히 쉼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몇 주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출근 자체를 거부하고 싶었다. 다 내던지고 뛰쳐나오고 싶었다. 극도로 예민해지고 내 몸이 연소되는 기분이었다. 몸담고 있는 유치원 현장일에 환멸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온몸을 덮쳤다.

번아웃이 제대로 온 나의 생활 루틴에  간절한 쉼이 필요했다. 모든 역할에서  비상구로의 탈출이 필요했다.


주 동안  실이 끊어진 연처럼 허공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극한 회의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다음날 통증이 와서 아팠다. 그 어느 회사 직장인도 백신을 맞으면 그다음 날은 병가를 쓰고 쉰다. 하지만 내 위치는 병가는커녕  휴게시간도 갖지 못한 채 쉬지도 못하고 20명 가까이 되는  유치원 유아들을 혼자 교육하고 돌봐야 했다.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등교하던 아이들도 전면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되고 초등학교 방학이 앞당겨졌다. 하지만 유치원 현장은 마치 딴 세상 이야기를 접한 듯했다.


수도권 4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유아들이 전면 등원을 한 것이었다.


솔직히 놀랐다. 학부모들의 코로나를 대하는 인식이  국가비상사태 (세계 비상) 전염병이 아닌 동네 감기처럼 대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각한 코로나로 인해 교실에서 교재교구 소독과  유아들의 온도 체크를 도와주시는 방역 도우미 선생님도 심히 놀라셨다.


"아니 이렇게 코로나가 심각한데 아이들이 100프로 등원을 하네요?"

 코로나 전염병보다 무서운 게 집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는 건가요?"


순간 나는 방역 선생님의 말에 답을 잇지 못했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원감 선생님께 조심히 건의를 드렸다.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 한데 아이들 등원 여부를  긴급 돌봄 체제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요?"

불가피하게 유치원에 보내야만 하는 맞벌이 가정 유아들만 긴급 돌봄 체제로 운영하라는 공문도 왔었다.


하지만 원감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민원이 두려워 내 말을 회피했다. 그에 대해 나는 어떤 언급도 하지 못한 채 교무실을 나와야 했다.


백신을 맞아서 오전에 괜찮았던 팔이 오후 시간이 되자 뻐근하고 근육통이 오기 시작하며 욱신거렸다. 아이들은 100프로 등원했지, 몸은 아프지  짜증은 기본이고 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먹어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귀가까지 겨우 마쳤다.


하루 내내 덥고 긴장한 탓인지 땀으로 목욕을 한 날이었다.

 

내 위치와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극도로 밀려왔다. 나의 목소리는 허공을 떠도는 먼지처럼 값어치 없이 느껴지고 땅으로 점점 꺼져버린 듯한 기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여기에 2~3배는 고충을 가미시키는 일이 있다. 우리 반에는 심각한 ADHD 6세 여아가 있다.

이 여아로 인해 많은 학급 유아들이 힘들어한다. 또  대그룹 활동시간인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자리에

전혀 앉지 못한다. 소리를 지르고 개별행동을 하며 위험한 행동을 한다. 자유선택활동시간에도  그룹으로 진행되는 미술활동, 언어활동, 조작활동도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며 다른 친구들의 활동을 방해한다.  개별 유아의 활동을 지켜보며 도움을 주어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이 유아 때문에 수업 진행이 어렵다.  순간순간 현타가 온다.  아이의 행동이 제어가 되지 않고  행동을 개선시키려 여러 방법을 도모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힘든 상황은 이 여아의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도 발행했지만  코로나로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학부모여서 서로의 관계가 어려움을 넘어 극도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아침 등원 시간에 이아이와  마주하면서 나의 하루는 불안과 긴장의 연속 시간이 된다.

이 여아의 행동을 관찰하며  다른 유아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의 시간이 이어진다.


직장에서의 부당한 처우, 내 목소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위치, 문제행동 유아와 그보다 더 소통이 힘든 학부모, 마스크 쓰고 하루 내내  많은 유아들을 케어해야 하는  숨 막히는 여름이었다.


그래서 제주도로 도망치듯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름속을 가르며 이순간 진심으로 행복함으로  채워졌다.

비행기에 내려  첫날은  애월읍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마음속 응어리를 비워냈다.

다채로운 붉은 빛으로 발하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교차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경이로움이 더해졌다.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

바로 다음날 아침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에 발을 내디뎠다.  우도는 언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원픽 여행지였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꼭 가보고 말겠다는 열망이 생겨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비의섬, 우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과  너른 에메랄드 쪽빛 바다를 마주하니 그동안의  모든  세상 풍파와 힘겹게만 느껴졌던 견딤의 무게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우도 바다의  바람에 몸을 맡겼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탄산수와 같은  청량한 시원함으로 몸이 채워졌다.


유치원 현장이 아닌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하얀 구름으로 수놓은  대자연속에서  서 있다는 사실이 그저 눈물 나게 감사함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문제유아의 괴성도 ,도시의 어떤 소음도,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들리지 않는 평온이 밀려오고    힐링이  절로 되는 곳이었다. 마음속에서 심하게 요동치던 소란스러움과   잡음도 고요해지는 시간이었다.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수많은  절망과 아픔들이 저절로  회복되고 치유되는 듯했다.


눈부시게 파아란 바다를 보며 앞으로 닥칠 현실의 아픔에 흔들리지 말고 마음 내려놓기를 통해   의연해지기로 다짐했다. 


"단단해지자!"

"이 시간 또한 지나갈꺼야!"

 "힘든 지난날 잘 버텨냈어!"


다양한 무게의 이름들을  견디고  여러 가지 돌파구를 찾다 보면  새로운 길과  방향으로  나를 안내해줄지 모르니까.

 

그동안의 힘과 묵은 찌꺼기들을  우도 바다에 다 내던져 버렸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폐에  맑은 공기로 채워졌다.  속이  후~~~ 련했다.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행복함과 감사함으로 충만하게 채워졌다.

우도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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