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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Jul 27. 2021

도망가자! 진짜 홀연히 도망치고 싶다.

유리감옥같은 여름나날들

요즘 나도 모르게 매일 되뇌는 말이 있다.

바로 "도망가자"이다. 여기 어때의 광고"도망가자"의 말을 접한 순간 울컥하며 동일시되었다.


아침에  출근하기 싫어 핸드폰 알람을 모른 척하고 버스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본 순간 요즘 딱 내 모습이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친 탓인지 요즘 버스에서  매일  졸다가 급하게 내리곤 한다.



 끝날 줄 모르는 찜통더위에서도 도망가고 싶고, 코로나에서 도망가고 싶고, 직장에서도 도망가고 싶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엄마 역할에서도 도망가고 싶다.



올여름 유리 감옥 같은 생활에서  유독 지치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누가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왈칵

울음을 쏟아내 버릴 것만 같은 여름의 나날들이다.


광고 내용 중에서도 특히 폭풍 공감 가는 내용이 있었다.

 집에서  컴퓨터로  작업하는 엄마에게  세 아이들의 장난감이 날아오고, 집안은 아이들의 물건으로 초토화되고 결코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는 우연히 여행사진을 발견한다. 엄마의 아가씨 때 찍은 옛 여행사진이 손짓하는 내용의  광고이다.

 그때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말"도망가자, 엄마도 휴가가 필요하니까"



나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직장일, 엄마 역할에서의 휴가였다.

나뿐만 아니라 세상 엄마들이 공감했을 말이었을 것이다. 순간 급 공감이 가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광고에서처럼 일이고, 아이들이고 뭐고 모두 다  내팽개쳐 버리고 홀연히 사라지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광고에서 흘러나온 배경음악이 더  울림을 주었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였다.

 

지친 마음에  큰 위로와 위안을 던져 주었다.

지난주 직장에서 퇴사를 결정해야 하나?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설만큼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일주일이 몇 달처럼 느껴진 찰나들이었다.  당장 "저 일 안 해요!! 당장 그만둘 거예요!! 이 말이 목구멍, 머리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은 일이 있었다.  



그때 이 가사가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가삿말>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만 할 것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 말자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나를 봐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멀리 안 가도 괜찮을 거야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의 맘이 편할 수 있는 곳

그게 어디든지 얘기해줘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있을까, 두려울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그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당연해  가자 손잡고

사랑해 눈 맞춰줄래

너의 얼굴 위에  빛이 스며들 때까지

가보자 지금 나랑

도망가자



"가보는 거야 달려도 볼까

어디로든  어떻게든

내가 옆에 있을게 마음껏 울어도 돼"

이 가삿말에 울컥했다. 가삿말에 기대어 실컷 울고 싶었다.

당장 이 현실을 벗어나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도망칠 수도,  떠날 수도,  내팽개칠 수도 없었다. 단 하루라도 나만의 사색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럴 수 없다.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요란하게 발버둥 쳤다. 마음의 소란스러움이 쉽게 잠들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가까스로 이  가삿말에 기대어 있었는데 친구한테 거짓말처럼 전화가 왔다.

"선아야, 잘 지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그냥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직장에서 부당하게 처우받은 일, 문제행동의 유아 지도, 사춘기 아들의 육아로 힘든 일을  친구한테 다 쏟아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친구의 공감이 내 마음의 잔잔함을  더해 주었다.


"우리 힘내자! 꼭 힘내! 이 순간 잘 이겨내자!"라는 친구의 말이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잠시 친구와  만나  여행한 것처럼  기분전환이 되었다.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감사했다.


조금은 정돈된  마음으로 이번 일주일을 또 버텨내려 한다. 힘든 마음을  조금씩 긍정의 마음으로 수정해가며 힘내 보려 한다.


내 세상 버겁게 몰아세우던 그 모든 견딤의 이름들이 사실은  내 손바닥만큼도 크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느낄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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