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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Aug 20. 2022

들어가며

오늘도 행복조각 수집중

 제주 이주는 내 인생 일정표에 없었던 선택지였다.


 2021년 한여름, 나는 내 인생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었다. 10년 이상 버텨낸 학교라는 직장은  나를 수없이 뿌리째 흔들었다. 비정규직 체계라는 파도에 허덕이면서 마음이 끝없이 시끄러웠다.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더 이상 버텨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남편과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워킹맘의 무게는 더 어깨를 짓눌렀다.



"왜 안정된 직장 버리고 제주도까지 멀리 가?"

"그동안 일한 커리어가 아깝지 않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주위에서 많이 만류했다. 직장동료는 물론이거니와 친정식구들 모두...


 남편과 아이들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모른척할 수 없었다. 4년간 떨어져 지내는 동안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크게 작용했다. 자상한  아빠의 세심 어린 애정과 다정함의 긴  부재의  깊이는 컸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동안 버텨낸 워킹맘의 고민들과 복잡하고 시끌시끌한 속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제주행을 택했다.


과감히 퇴사를 결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제주 거주할 집을 물색했다. 남편 부재 속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소중한 인연들과 눈물의 작별을 고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눈물의 입도 후 몇 주 동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내적 갈등을 심히 앓아야 했다.


제주 이주 후  봄, 여름이라는 두 계절을 지냈다. 낯선 제주생활패턴에 적응하며 지내는 몇 개월이 쉽지는 않았다. 옛터전과 예인들에 대한 향수로 몇 달을 그리움에 사무쳐 지내야 했다.


하지만 4년간  뿔뿔이 가족이 완전체 가족이 되어 미완성이었던 그림퍼즐이 드디어 맞추어졌다.

 그 안에  얻는 행복감, 안정감, 안도감은 크게 다가왔다. 특히 딸아이의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가족이 같이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까지 자연과 호흡하고 있다. 마당과 옥상에서 캠핑 분위기를 자아내며 식사를 하고, 텃밭에서 채소들을 가꾸고, 저녁 낚시를 하며 노을을 함께 바라본다.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지속해가는데 각 가족들이 지닌 상처들이 조금씩 치유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밤이 깊도록 화덕 옆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소박한 것인지 다시금 느꼈다. 포도주 한잔, 군밤 한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행복이 있음을 느끼기 위해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리스인 조르바>

지금껏 행복을 무언가 크게 성취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어느 지점이라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조르바처럼 행복할 수 있는데 필요한 것은 마음뿐이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행복을 발견하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했다. 그동안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달리던 지난날의 나를 두고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삶에 만족하지 못해 여기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원하고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헤매었다.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른 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니 나는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제주에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2의 삶을 시작한 제주도, 어떤 미래의 삶이 펼쳐질지 두려움, 불안감이 크게 엄습하지만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가족의 행복에 부등호의 크기가 커진 만큼 그 안에서 작은 행복 조각들을  수집 중이다.


오늘은  어떤 행복 조각 퍼즐을 찾아 맞춰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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