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적인 사랑

by 에메

밤 10시, 퇴근길은 늘 무겁다.

특히 새 학기가 코 앞이라

챙길 것들이 많다.


어제 하루의 피로가 어깨에 내려앉고, 집까지 가는 길은 길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큰 아이가 신이 나서 운전면허를 땄다고 했기 때문에

모라도 하고 싶었다.

축하해 주고 싶었다.

퇴근길에 어플로 치킨을 예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치킨을 펼쳐놓고 아이와 마주 앉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아이가 염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피곤했지만,

대학 입학식 전에 염색을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치킨을 먹다 말고 곧장 염색약을 꺼냈다.

머리카락에 빗질을 하며 색을 입히는 동안, 아이는 거울을 보며 웃었다.

모 잠시, 그 웃음이 내 피로를 잊게 했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염색이 끝나고,

남은 치킨과 맥주 캔을 치우고 나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큰아이가 대학 신입생 환영회, ‘새터’에 간다고 했다.

우리 세대에도 쓰던 말인데, 여전히 쓰는구나.

큰 아이의 학교는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새터를 떠난다고 했다.

게다가 입학식은 본교가 아닌 수원 캠퍼스에서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조금 낯선 수원이라는 동네,

그리고

출근 시간에 얼마나 걸릴지 가늠도 못한 채

일단 잠옷 차림으로 아이를 데려다주었다.

수원까지 가려고 했으나

아이가 대중교통이 편하다고 하여

최대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까지, 그저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장소를 찾아 데려다주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옷도 벗지 못한 채 둘째 아이 훈련을 데려다주었다.

훈련을 가는데,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집으로 오자마자 그것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문득 생각이 났다.

아 아무것도 못 먹었네...


그렇게 오전이 가버렸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스쳤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돌아올 것을 계산하지 않고 이렇게 움직여 본 적이 있었던가.

부모님께도 늘 ‘가성비’를 따지며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달랐다.

내가 고생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는 일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기꺼이 해왔던 행동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기적인 나를 조금은 정신 차리라고, 아이들을 나에게 내려주신 게 아닐까 싶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새롭게 배우는 과정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3월이 되면 아이들이 또 새로운 시작을 한다.

진심으로 그녀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살아가면서

나보다 더 누군가가 더 행복하길 응원한 적이 있을까?


역시

아이들은 나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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