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기소개서 시즌이다.
그 덕분에 학원생이 아닌 외부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나는 그 아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짧은 시간 안에
그 아이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야 한다.
며칠 전, 한 남학생이 들어왔다.
첫인상부터 뭔가 달랐다.
외모는 훈훈했고,
말투에는 다정함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그 아이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보통은 내가 묻고,
아이들이 답한다.
그 답을 바탕으로 나는 글을 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대화를 나누던 중,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였어요?”
“왜 선생님이 되셨어요?”
“선생님의 삶의 가치는 뭐예요?”
그 질문들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저 예의로 던지는 말도 아니었다.
그 아이는 진심으로,
나라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향할 때,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 사람은 왜 여기에 있을까.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참 신기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런 감정이 없던 사람이
오늘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 있다.
사랑은, 어쩌면
그렇게 조용히,
궁금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대에게 호감이 생기면
궁금한 게 많아진다.
어찌 보면, 사람 사이의 관계란
궁금해하고,
그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옆에 있어도 전혀 궁금하지 않다.
늘 같은 말,
같은 표정,
같은 하루.
그 사람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또 누군가는
멀리 있어도 자꾸만 궁금해진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음악을 들었고, 어떤 책을 읽었을까.
그 사람의 어제는 어땠고,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함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그건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 사람을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어쩌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결국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이해로 이어지고
그 이해는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라고.
그 아이가 내게 던졌던 질문들처럼,
누군가의 삶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순간—
그건 이미 마음이 닿아 있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살면서 누군가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 그리고 해결까지 한 적. 그런 거 있으면 이야기해 줄래? "
라는 질문에
이 잘생긴 학생은 이야기한다.
" 여자친구랑 싸운 이야기도 돼요? 자주 싸우고 화해하는데..."
그 말에 나도 웃음이 났다.
갈등 해결의 대표 사례가 연애라니,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 솔직한 대답인가.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그날의 대화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랑은, 결국
궁금해하고, 다가가고,
때로는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것.
그 훈훈한 학생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