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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혜 Feb 07. 2018

김동식 소설집 회색 인간 외 2권을 읽고

가장 쉬운 문장으로 가장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소설

언젠가부터 회색 인간과 김동식 작가라는 단어가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포스팅은 김동식 작가 소설에 대한 기사글을 공유한 글이었고, 또 어떤 포스팅은 김동식 소설집을 읽고 감동과 놀라움을 표현하는 글이었다.


언론에서도 김동식 작가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10년간 김동식 씨는 손으로 단추를 만들고 머릿속으로는 이야기를 지었다. 신년 벽두 ‘김동식 소설집’은 출판계를 흔들었다. 그의 이야기에는 격식도 문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 시사IN


'김동식 작가는 이력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공포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가다. 그는 2016년 5월 ‘복날은 간다’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짧은 분량인데 기묘하고 독특한 서사로 글을 읽는 커뮤니티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오유’에서는 추천수 100개를 받으면 일반 게시판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베오베) 게시판으로 이동하는데, 김동식 작가의 글은 등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베오베 게시판으로 갔다. 글을 쓰는 속도도 빨랐다. 보통 2~3일에 단편 하나를 완성했다. 그가 1년 6개월 동안 게시판에 발표한 단편은 300편이 넘는다.' - 경향신문


성수동 공장 노동자가 2-3일에 한 편씩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편 소설을 올렸고, 그 글을 엮어 낸 소설집은 첫 출간임에도 2주 만에 3쇄를 찍었다.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카페에서 소설을 써 해리포터를 세상에 내놓은 조앤 롤링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데뷔 스토리에 2018년 새해에 첫 화제의 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2주 만에 3쇄를 찍고 곧 4쇄가 나올 정도로 대중적 인기까지 확인한 소설이라니! 호기심에 당장 김동식 소설집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세트로 구매했다.




< 요괴와 악마와 외계인이 나오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이야기 >


책을 구매하고 나서야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들은 대부분 SF, 판타지 장르에 속하는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1권에, 요괴·외계인·악마가 등장하는 작품은 2권에, 그리고 현실을 기반으로 한 스릴러물은 3권에 묶는 식이다.' - 시사IN


김동식 소설집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에는 끊임없이 요괴와 악마, 천사 그리고 외계인이 등장한다. 때로는 지저 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인류가 등장하기도 하고 생명체는 아니지만 마법을 부리는 오브젝트가 등장한다. 지구와 우주와 지상세계와 지저 세계, 현실세계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김동식 소설집 1권 <회색 인간> 중에서도 가장 첫 단편인 '회색 인간'은 절망의 순간에 꽃피는 예술을 통해 인간 사회에 예술과 문학의 필요성을 가장 뜨겁게 보여준다. 지저 세계의 비현실적인 세계관으로 절망적 상황을 보여주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군함도에 잡혀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처절하게 노역해야 했던 한국인을 떠올리게 된다.


'이마에 손을 올리라는 외계인', '남극을 찾아가는 요괴',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등 소재와 세계관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보이는 모습은 지독한 현실은 반영한다. 소수에 대한 차별, 어떠한 현상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대중의 우매함, 지역 이기주의까지.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추악한 면모는 물론, 윤리관 없는 과학발전이 도래할 수 있는 비인간적인 사회까지.


< 가장 단순한 문장으로 가장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소설 >


나는 소설을 읽을 때면 전체적인 이야기보다 하나의 표현과 문장에 꽂히곤 한다. '세상에 이런 단어를 쓰다니! 오 이런 표현 너무 좋다. 이 문장 정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등등.. 굳이 감성적인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 스릴러였든 판타지였든 꽂히는 문장이나 표현이 하나쯤은 있다. 그런데 김동식 소설집을 다 읽었을 때 나는 꽂힌 문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놀랐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별로였다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 아니라 김동식 소설집의 단편 66편 모두 이야기 그 자체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하는 단어도 즐겨 사용하는 문장의 구조도, 도무지 기존의 익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어쩌면 무척이나 이질적이라고 할까. 그는 겸손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공들여 서술해야 할 부분을 문장 하나로 종결짓고는 주목하지 않았던 지점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 김민섭 작가의 추천의 글 중에서


김민섭 작가남의 추천의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은 이야기를 끌어나감에 있어 거침없다.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알맹이만 남긴듯한 느낌. 그런데도 묵직하게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 기반의 소설이라는 것도 한몫했을 것 같다. 글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는 짧고 명료하지만 강력하게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글과 이야기가 힘이 있다.


< 천재적인 스토리텔러, 김동식 작가 >


가장 단순한 문장으로 가장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는 것. 짧은 이야기들이 이야기 그 자체로 독자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는 것은 김동식 작가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단편소설 66편 모두 이야기의 도입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만큼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일부 독자들이 '내가 영화 제작자라면 우선 판권부터 빠르게 샀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할 만큼 김동식 소설집의 단편소설의 스토리와 세계관은 매력적이다. 우연히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을 읽으며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정주행 했는데,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을 장편화 하고 그것을 영상 콘텐츠화하면 진격의 거인과 같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김동식 소설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동식 작가를 발굴하고 책을 세상에 내놓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 사회>, <아무튼 망원동>의 작가이자 사회평론가인 김민섭 작가에 따르면 4,5권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새롭게 선보일 김동식 작가의 단편소설이 기대된다. 더불어 하나의 소재와 세계관을 긴 호흡으로 끌어갈 장편소설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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