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프리랜서 꿈 깨는 이야기
2014년 10월 방영을 시작해 대한민국 직장인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타이틀을 보고 바로 무슨 드라마인지 맞췄다면 당신은 이미 드라마 더쿵 덩더쿵)
바로 '미생'이다. 드라마 '미생'에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명대사가 하나 나온다.
직장이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영업 3팀 오상식 차장을 만나러 온 퇴사한 회사 선배의 대사로 기억한다. 그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 재산을 투자해 피자집을 열었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결국 문을 닫게 된, 흔한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영업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나 역시 지옥이었다. 아니, 현재도 지옥불에 떨어진 것처럼 하루하루가 뜨겁게 불안하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치열했지만, 전우가 있었다. 총알도 있었고 우리 부대를 통솔해주는 지휘관이 있었다. 나는 장전된 총으로 지휘관의 지휘에 맞춰 적군과 싸우면 되는 일개 병사였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아니다. 전우도 없고 총알도 없다. 그야말로 뜨거운 지옥불 반도에서 각자도생하는 게 프리랜서다.
프리랜서, 결국 인맥으로 일 구하는 건데 버티기 쉽지 않을 거야.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버티기 쉽지 않다는 거였다. 한 분야에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성격상 업계에 엄청나게 좋고 넓은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프리랜서 전환 이후 1년 동안 내가 벌어들인 수입은 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있던 일은 2015년 상반기에 뚝 끊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더러운 설거지통, 어질러진 옷장뿐이었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무기력이 온몸을 휘감아 하루 종일 집안에서 반쯤 감긴 눈으로 멍하게 지내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어떻게든 이 우울감을 치료해보려고 보건소에 무료 상담을 요청했지만, 무료 상담은 4회뿐이고 그마저도 무료봉사를 하는 정신과 의사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사무적으로 약을 권하는 정도였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미쳐버리겠다.
갈 곳이 없어도 집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아는 사람들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바쁘진 않은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편한 사람이라도 문득 연락이 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스마트폰 시져용..'을 시전 했던 내향적인 내가 사람들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감사하게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반가워하고 기꺼이 함께 점심을 먹어주셨다. 이제 와서 다시 감사를..
점심을 먹고 나면 혼자 카페에 앉아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편집하고 블로그 글도 써보고, 멍하니 비생산적인 시간을 한없이 보내기보다 잉여롭지만 생산적인 일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일 제가 하겠습니다.
집 밖으로 뛰쳐나오자 마음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따냈다. 콘텐츠 제작 일이었다. (본격 콘텐츠봇의 시작) 예산도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꽤 컸다.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따자마자 크고 작은 일들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제안이 들어온 일들을 모두 하지 못했지만.
프리랜서를 하려는 당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나는 소소한 프리랜서를 꿈꿨다. "요즘 이다혜 뭐 하고 다녀?"라고 물을 정도로 뭔가 조용한데 꾸준히 일하고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버는 한량을 꿈꿨다. 그러나 프리랜서 1년 차에 그런 한량은 있을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건물주라면 가능할텐데...)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다녀야 우리는 이 뜨거운 각자도생 하는 지옥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니 프리랜서를 하려는 당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내가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
그러면 그 세상이 내게 일거리를 줍니다.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아.. 다음 편조차 기대하지 않는다면 별수 없지요..)
각자도생하는 외로운 프리랜서를 위한 각자도생 평일 브런치 모임 같은걸 생각하고 있는데 관심 있으신 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