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는 잉여로움에 대하여
솔직히 밝히겠다.
사실 나는 어디에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회사 재직기간이 짧다. 그러나 짧은 기간 너무 찐하게 회사생활을 한 탓에 몸과 마음은 충분히 너덜너덜했다. 회사를 그만둔 건 돈을 벌어 병원에게 갖다 바치는 생활이 시작된 지 꼭 6개월 만이었다. 뜨거운 어느 여름날, 나는 자발적 잉여, 백수, 허울 좋은 프리랜서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야 할 곳이 없다는 게 불안하다고?
천만에 그런 행복이 또 없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였다. 나는 오늘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면 된다. 시간에 쫓겨 종종거릴 필요도 없고, 온몸을 쥐어짜는 출근길 지하철도 안녕이다. 평일 오전 조조영화를 볼 수도 있고, 문득 떠나고 싶은 날엔 동해로, 남해로, 제주로 훌쩍 떠나면 그만인 일상
그래서 내가 뭘 했냐면..
집 근처 카페에 갔다.
자발적 잉여, 백수, 허울 좋은 프리랜서가 되어 느낀 나의 진짜 모습은 '한량'이었다. 영화관까지 버스 타고 나가는 것도 귀찮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엔 당장 몇 푼의 돈이 아쉬웠다. (언제 벌지 모르는데 아껴야지.. 프리랜서는 그래야 한다.) 그래서 평일 오후 나 빼고 다 일하는 그 시간에 평소 가보고 싶던 동네 카페에 갔다.
(프리랜서로 지내며 돌아다닌 전국 카페를 모두 리스트업 해볼 걸 그랬다. 한 백 군데는 될 것 같은데... 사진은 불광천 커피생각, 선유도공원 커피볶는 피루니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구석지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며 카페에 앉아 수다 떠는 사람, 한가로이 천변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한없이 바라봤다.
평일 오후는 다들 바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잉여로운 사람들이 많아?
애쓰지 않는 잉여로움
내 삶에 잠시 사라졌던 온전한 내 쓸모없는 낭비의 시간이여
반갑다.
주의 : 이것은 사실 일 없을 때만 가능한 여유다. 그땐 몰랐지.... 잉여의 시간 = 빈곤이 바로 프리랜서인 것을
질풍노도 프리랜서로 살아남으며 겪었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냅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계신 분들께는 프리랜서의 고단함을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두려워하는 분들께는 생각보다 괜찮은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드릴게요. (변태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
업데이트 일정은 클라이언트가 일을 많이 주지 않아서 그나마 조금 시간이 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유와 댓글이 다음 편을 약속합니다. (아.. 다음 편조차 기대하지 않는다면 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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