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영감을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또는 '창조적인일의계기가되는기발한착상이나자극'이라고 정의한다. 이 기발한 착상으로 누군가는 권력을 얻고, 누군가는 부를 얻고, 누군가는 책을 쓰고, 누군가는 위대한 발견을 한다. 어떠한 직군에서 일을 하든지 영감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영감을 떠올리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딱 하나의 영감을 얻을 수 만 있다면, 지금 당신이 어떤 고민을 하던, 일사천리로 해결돼 것이다.
영감은 자연, 일상, 익숙함에서 특정 정보를 추출하는 행위이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가? 그럼 아래 예시를 한 번 봐보자. 아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감의 예시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뉴턴의 사과이다. 두 번째는 조조의 계륵이다. '그런 건 궁금하지 않고, 영감은 도대체 어떻게 얻는 건데?'라는 사람들은 뉴턴의 사과와 조조의 계륵은 건너뛰고 독서와 영감 파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뉴턴의 사과
위대한 천재, 아이작 뉴턴
뉴턴의 사과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허구인지 사실인지에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영감을 설명하기엔 충분하다. 어느 날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과가 떨어졌다. 뉴턴은 '사과를 떨어트리는 어떤 힘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머리에 스친 이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 중력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게 해 주었고 뉴턴은 길이길이 기억되는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 눈앞에 사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시과를 떨어트리는 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앗싸! 맛있겠다'라고 생각하고 사과를 야무지게 먹을 것이다. 하지만 뉴턴은 그러지 않았다. 자연에서, 그의 일상에서, 뉴턴은 어떤 정보를 얻어냈다.
조조의 계륵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한중이라는 지역은 천혜의 요새이다. 첩첩산중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유비 입장에서도 조조 입장에서도 일단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지역이다. 둘 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서로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유비의 강한 장수들과 제갈량의 신묘한 계책으로 전세는 점점 유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심지어 조조가 아끼는 장수인 조인이 이 전투에서 사망하면서 조조는 과연 이 전쟁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화, 이희재의 삼국지 中
깊은 고민에 빠진 그날 밤에 조조 앞에 계륵(닭갈비)이 나왔다. 조조는 계륵을 맛있게 먹으려고 했지만, 계륵에는 뼈가 많고 살이 적어서 먹기에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닭갈비를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이때, 조조의 머리에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이 스쳤다. 이 계륵이 마치 이 한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기에는 전략적으로 너무 이점이 많지만 자신이 아끼던 장수인 조인을 잃을 정도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조조는 그날 암구호를 '계륵'이라고 하고, 이내 한중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이게 왜 영감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조의 계륵은 영감의 원리를 잘 설명하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과제나 프로젝트에서 막혔다고 생각해보라. 그날 어머니가 또는 아내가 닭갈비를 내주었다. 그때 '하! 이 프로젝트는 마치 닭갈비 같군!'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 '에이씨, 손으로 먹어야겠다.' 정도 생각하고 비닐장갑을 가지고 와서 손으로 잡고 야무지게 닭갈비를 먹을 것이다.
이렇듯 영감은 자연, 일상, 익숙함에서 특정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뉴턴이 사과에서 중력을 찾고 조조가 계륵에서 한중을 찾아낸 것처럼 말이다.
'알았어! 그래서 영감은 어떻게 얻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둘 중 하나다. 에디슨처럼 닭을 부화시키겠다고 달걀을 품을 정도록 4차원이거나 독서를 하면 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4차원적인 사람은 세상을 보통 사람과는 다른 각도로 본다. 그렇기에 그들은 같은 환경, 일상에서도 새로운 정보를 추출해낼 수 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이건 타고나야 하는 문제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특성을 타고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독서만이 답이다.
독서와 영감
영감이 자연, 일상, 익숙함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라면 독서는 글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글자는 일종의 암호이다. 같은 문화권, 또는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만 해석할 수 있는 암호이다. 어떻게 조합되냐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가끔은 같은 단어여도 문맥에 따라 그 의미가 바뀌는 아주 해석하기 힘든 암호이다. 자연과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자연과 일상은 다양한 의미와 정보를 품고 있다. 속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그들의 일상에서 어떤 정보와 지혜를 얻어 속담으로 표현했다. 다만 자연과 일상은 글자보다 더욱 어려운 암호이다. 마치 글자가 그림보다 더욱 어려운 암호인 것처럼 말이다.
오른쪽 텍스트는 왼쪽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이해하기 편한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왼쪽 그림이다. 글자는 그림보다 이해하기 어렵다. 지루하고 직관적이지 못하다. 자연, 일상, 익숙함은 더하다. 너무 많은 정보가 이리저리 엉켜있고 이해하기 난해하다. 영감은 바로 그 난해함과 복잡함 안에 숨어져 있다. 독서는 지루하다.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책이면 그나마 낫지만, 인문학, 고전, 철학 같은 책은 정말 지루하다. 이해하기 난해하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비유 속에 감추어져 있어 같은 문장, 페이지, 챕터를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난해함과 복잡함을 이겨내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낼 수 있다면,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글자 안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능력을 가진다면, 우리는 이제 자연에서, 일상에서, 익숙함에서 정보를 얻어낼 준비가 된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을 읽는다. 이것이 그들에게 넓은 사고력과 지식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독서는 그들이 영감을 얻는 연습을 시킨 것이다.
천재로 태어나긴 어렵다. 그렇다면 영감을 얻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연습을 통해, 노력을 통해 충분히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난해하고 복잡한 정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을 연습하자. 그리고 이 연습을 하기엔 독서가 딱이다. 기억하자, 세상을 바꾼 위인들은 책을 읽는다. 그리고 영감을 얻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