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이구 Sep 06. 2021

이성을 유지하는 법

내가 나로 있는 법

나 자신인 이성적인 순간이 언제인가? 바로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때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전하고 평안한 환경에서의 '나'다. 이 순간에 인간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방어기제가 발동되지 않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큰 뇌를 십분 활용한다,


그럼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안전해지고 평안해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적 환경에서 지낸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다음 가족들과의 잔소리, 말다툼, 귀찮음이 우리를 기다린다. 도로에는 참 운전을 뭣 같이 하는 사람이 많다. 직장에서는 왜 이리 맘에 드는 사람 없는 걸까?


우리는 이렇게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와의 전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감정적 이게 되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방어기제가 쉽게 발동된다.


방어기제

방어기제란, 우리 뇌가 자신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었다고 판단할 때 우리 몸을 전투태세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방어기제는 대략 세 가지, 공격, 방어, 얼어붙음으로 나뉜다.


공격태세에서 우리 몸에는 아드레날린이 나오고 심박수가 빨라지며 근육들이 꿈틀거리게 된다. 말 그대로 당장이라도 공격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론 어떨까? 머리에서는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한다. 상대방에 대한 좋은 기억은 사라지거나 왜곡된다. 내가 이 사람을 공격해도 괜찮다. 정당하다.라는 식의 심리를 가지게 된다.


방어태세에서 돌입한 우리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튕겨낸다. 설득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다. 상대방의 말은 무조건 부정하게 된다. 실제로 상대방이 맞는 말을 해도 부정한다. 심지어는 기억을 왜곡시키면서까지 상대방의 말을 부정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나는 맞고 저 사람은 틀리다'라는 식의 흑백논리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얼어붙음은 말 그대로 얼어붙게 되는 것이다. 호흡이 줄어들고, 머리가 하얘진다. 손발이 떨리게 되고 모든 것이 증폭된다. 감정도, 이 상황도, 소리도, 시각 신호도 증폭되어 머릿속은 혼돈으로 가득하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공황장애에 빠지거나 발작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처럼 방어기제에 빠지면 이성적인 사고 자체를 못하고 흑백논리에 빠지게 된다. 기억조차 왜곡되고 나 스스로 한 거짓말에 내가 세뇌가 되기 때문에 뭐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지 인지 자체를 못한다. 무조건 내가 옳은 거 같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린 거처럼 느껴진다.



이성을 유지하는 법

 

일단 한 번 방어기제에 빠지면 이성을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편향된 정보로 나 자신은 차분해졌다고 생각해도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심하기

생각하다 고로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데카르트의 '일단 의심하고 보기'를 아는가? 데카르트는 진정한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눈, 코, 입 등으로 느껴지는 감각, 정보들도 의심했다.

이를 우리에게 대입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방어기제가 발동됐나?"

"지금 내가 너무 감정적이지는 않나?"

"어쩌면 내가 틀린 거일 수도 있어"

"혹시 내가 지금 너무 이 사람의 안 좋은 부분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내가 지금 내 기억을 왜곡시키고 나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위 질문들은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이다. 여기서 "아니야, 내가 옳아. 내가 100% 옳아"라는 대답이 나오면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느 상황이던 상대방 과실 100%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잘못이 없는 거 같다면, 제 3자에게 물어봐라. 그리고 제 3자의 의견을 될수록 많이 수용해라.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덜 편향된 정보를 가진다. 내 친구에게 물어봤으면 상대방의 친구에게도 물어봐라. 이 과정을 다 거치는 것은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도 있다. 그만큼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정보를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성적 사고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편향된 정보로 시작되는 이성적 사고는 존재할 수가 없다.

편집증(망상장애)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편향된 정보로 세상을 바라본다. 예를 들면,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국정원이고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을 한다. 이성이 배제된 상태의 우리는 편집증 증상이 일어난다. 편향된 정보를 덥석 물고 '옳다구나!' '역시 이랬어!' 같은 반응을 한다. 편집증 환자가 치료하기 매우 까다로운 이유는 자신이 100% 옳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방어기제가 발동된 상태에서 우리는 잘못된 정보로 100% 확신을 가진다.


이 확신을 없애기 위해선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다. 유일한 길이다.


명심하자, 나는 100% 옳을 수 없다. 99%가 최선이다. 어느 상황에서든 1%를 찾도록 노력하자.


눈을 바라보기

인간이 어떻게 큰 사회를 이류며 살 수 있는지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 그중 한 흥미로운 설은 인간은 흰자위가 넓어 눈동자의 움직임이 잘 보여 큰 사회를 이루어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눈동자로 상대가 어딜 바라보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때 조금 침착한 마음으로 상대의 눈을 바라보자. 상대방이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불안해하거나 공포에 떠는 모습이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상대도 흥분해서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는 상황이 눈에 보일 수도 있다. 억울한 모습을 보이거나 이미 자신의 잘못을 알아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보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감정이 격해져 무시해버린 상대방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이다.


상대가 억울해하면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놓친, 혹은 나의 편향된 정보의 원형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미안해하면 용서해주자. 상대가 이미 자신의 잘못을 알고, 미안해 하는데 계속해서 화를 내는 건 그저 상대를 짖밟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어코 상대를 짖밟아야 직성이 풀리겠다면, 차라리 연을 끊어라. 상대를 짓밟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조금 거리를 두고 시간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방은 악마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안 좋은 모습만, 안 좋은 가억만 생각나겠지만 상대방도 나와 같은 실수하고,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마무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이성 하나 덕분이다. 하지만 방어기제가 발동된 순간, 우리는 여타 다른 동물과 같아진다.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감정에 지배된다. 이성이 배제된 인간은 순식간에 지구 상에서 가장 연약한 동물이 된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큰 힘을 낼 수 있는 근육,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늘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상황을 타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