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를 사랑한다
나는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를 사랑한다
I love the stillness of long summer evenings pooled in the streets of the city
저녁 산책을 나갈 때마다 이 문장이 떠오른다.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 '고요'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고요를 빼앗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도시의 호흡 소리에 지쳐버렸다. 지친 우리는 밤에 몰래 밖으로 나온다. 고요를 찾으러 떠난다. 고요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항상 그 위를 걸어 다니지만 그 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아니, 이젠 걸어 다니지도 않는다. 우리의 시선은 앞의 차를 향해, 건물을 향해,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있다. 촉박한 시간은 거리의 단조로운 아름다움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긴 여름 저녁은 또 어디에 있는가. 여름은 6월에서 8월, 매년 우리에게 주어지는 공짜 계절이 아니다. 어느 계절처럼 여름 또한 우리가 얻어내야 한다. 여름의 청춘은 어디로, 열정과 자유로운 움직임은 어디로, 바다와 계곡을 향한 모험은 어디로 갔는가. 뜨거움이 지나간 뒤 남은 공기의 온기는 우리를 왠지 모르게 진솔하게 만든다. 그 진솔함은 가끔은 엉뚱한 방향으로 이탈하지만 결국 여름의 추억으로 기억된다.
누가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그 존재를 몰랐을 뿐이다. 바쁜 일상이 우리 눈을 가리고 뜨거운 더위를 견딘 우리가 마땅히 얻어야 할 아름다움을 빼앗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존재를 알았다.
여름의 끝 무렵. 우리는 마지막 기회를 소중히 잡고 도시의 거리에 고인 긴 여름 저녁의 고요를 찾으러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