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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Oct 09. 2024

죽음을 극복하는 법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גַּ֤ם כִּֽי־אֵלֵ֨ךְ בְּגֵ֪יא צַלְמָ֡וֶת לֹא־אִ֘ירָ֤א רָ֗ע כִּי־אַתָּ֥ה עִמָּדִ֑י שִׁבְטְךָ֥ וּ֝מִשְׁעַנְתֶּ֗ךָ הֵ֣מָּה יְנַֽחֲמֻֽנִי׃


어딘가 많이 들어본 듯한 문장인가요? 이 문장은 시편 23편 4절,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이끈 대왕, 다윗이 지은 시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기독교인이시라면 정말 많이 들어본 문장일 겁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문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 먼저 이 글은 성경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만약 그런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그런 기대를 잠시 내려놓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교회 혹은 성당을 다니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종교가 조금이라도 관련된 글을 쓸 때면 항상 이런 걱정 어린 문장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방송같이 공공연한 장소에서도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이 이유가 있겠지만, 종교는 그 교리를 따르는 사람에게 신념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신념을 가지고 있나요?


신념의 사전적 정의는 무언가를 굳게 믿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정의는 신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념은, 죽더라도 지켜야 할 마음입니다.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신념을 가지고 있나요?


소 카토는 스스로 손을 배 속에 집어넣어 창자를 밖으로 꺼내 죽었습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가 죽었습니다. 많은 흑인인권운동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기독교인들도 종교 박해 아래에 잔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은 가난에 배를 굶더라도 빵 한 조각이 아닌 물감 하나를 샀습니다. 수많은 문학인들도 마찬가지로 굶더라도 책 한 권, 연필 한 자루를 샀습니다.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죽음이 두려웠지만, 죽음보다 더욱 두려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그들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위태롭게 걸어 다니지만 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신념을 억지로 꺾어버리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욱 심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신념을 저버렸다면 그 사람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은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위대한 소명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매일 밤 자신의 머리를 뒤흔드는 상념을 그림으로, 문학으로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이 세상이 더욱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정의와 진실이 제대로 세워지길 바랍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합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 있나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소명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하고픈 것은 있습니다. 아니, 해야만 할 것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봅시다. 죽음의 기운이 당신의 몸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세상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었나요? 그것을 잘 수행했나요?


기나긴 인생의 끝을 후회로 마무리하는 것보다 슬픈 것이 있을까요? 만약에 소 카토가 비굴하게 카이사르에게 항복하고 밑으로 들어갔다면, 위대한 예술가가 마음을 뒤흔드는 예술혼을 억누른 채 당장 배를 채운다면, 종교박해를 받던 기독교인들이 살기 위해 자신의 믿음을 저버렸다면,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세상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었나요? 그것을 잘 수행했나요?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목숨 걸고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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