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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담 Jun 13. 2023

2023.06.13 <백 룸>

글근육 키우기 05


오늘도 그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엄 있는 모습으로 156325897번째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책장에 나열된 책을 정리하고 먼지 한 톨 굴러다니지 않도록 대리석 바닥을 마대 걸레로 박박 밀었다. 아치 모양의 창틀도 거미줄이 없는지 잘 살펴보았다.


‘좋아, 완벽아, 저게 있었군.’


문제는 천장이다. 넝쿨같이 휘어진 조각과 그 조각에 맞춰 채워진 유화가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저 조각 사이로 작은 이물질이 있을 텐데…. 이물질을 닦고 싶지만, 3층 높이의 천장에 오를 만한 물건이 없었다. 뭐, 저기는 보지 않겠지.


‘바로크 양식의 도서관이라…. 손님의 취향이 대단하군. 도서관이 아름답긴 해도, 이러면 관리하기가 힘들다니까.’


그는 본인의 유식함을 뽐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완벽하다. 이제 156325897번째 손님을 맞이해야겠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156325897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다행히 혼자였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군.’


손님은 문 손잡이를 잡고 머뭇거렸다. 이전 백룸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모습이 처참했다. 떡지고 갈라진 머리카락과 야위어진 몸, 퀭한 눈이 그랬다. 손님은 책들로 빽빽하게 꽂힌 실내 안을 넋 놓고 보았다. 그러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문을 닫았다. 아름다운 황궁 도서관은 손님이 바랐던 꿈의 장소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는 빈 공간에 책 하나를 집어넣었다. 156325897번째 책이 비로소 제자리에 들어왔다.




* 백룸(The BackRooms) : 무작위로 생성된 방들이 끝없이 나열된 미로를 묘사하는 도시전설 및 크리피파스타이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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