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5 <내기>
글근육 키우기 07
드디어 토트와 약속한 5일을 만들었다.
콘수는 오색빛깔로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롭게 만든 날은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하기도 했고, 은하수가 펼쳐 보이기도 한 오묘한 모양새를 했다. 넋을 놓고 하늘을 보다가 콘수는 시선을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땅은 라의 흔적이 없어 광활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돌무덤도 없었고 풀 한 포기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매섭게 들렸다. 오늘따라 바람이 유독 차가웠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데,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다. 아니, 이건 코가 시린 건가? 새로운 날을 만들면 꼭 이렇더라만. 맹맹해진 코를 훔치며 콘수는 바닥을 보았다.
‘내가 아무리 달의 신이라고 해도 토끼 귀는 좀 아니지 않나? 아누비스는 자칼의 귀를 가지고 있는데… 뭐, 이번 누트의 일만 해도 라의 심술을 볼 수 있었지. 그것에 비하면 토끼 귀는 양호한 편일지도. …설마 괜히 트집 잡히는 거 아니겠지?’
360일에서 5일을 새로 만들었으니 라의 미움을 받기엔 충분했다. 그런데도 더 크게 트집 잡히기 싫어서 괜스레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바닥 위로 태양볕에 탄 구릿빛 피부가 보였다. 그리고 정강이까지 오는 긴 스카프가 하늘거렸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시원하게 옆을 트고 케이프 대신 탑을 입었는데. 혹시나 이걸 가지고 트집 잡지는 않을까? 사소한 것에도 걱정이 들었다.
‘아아~ 이럴 줄 알았다면 토트와 내기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느 누가 지혜의 신이 건 내기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한순간의 자만이었다. 입 안이 쓰다. 그렇다고 지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콘수는 부드러운 천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 위로 천의 매끈함이 느껴졌다. 곧 있으면 지하세계로 간 라가 지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가 나타나기 전에 눈을 가려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눈이 멀어질 수 있으니. 콘수는 제 눈을 가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드넓게 펼쳐진 지평선 끝에 눈부신 태양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