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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un 24. 2021

버린 씨앗 저절로 꽃이 될 수도 있다.

- 김보통 작가에게 글 쓴다는 것은  똥을 누는 것과 같다. -

   

기적의 협동조합에 매달 만원씩 내고 있다.

연말마다 계좌 정리할 때, 삭제해야 할 곳으로 기록해두었지만

귀찮니즘 때문에 은행 방문을 미루었다.     

한 달마다 전문가를 초청해서 강연을 개최하고 있다.

한 번은 들어본 ‘김보통’ 작가가 초대된다고 해서 신청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가라는 호칭이 들어가는 순간 이미 그 사람은 

나와 별개의 다른 인종으로 분류 해서 강연 듣기 전부터 

‘너 니까 할 수 있지. 나에겐 적용되지 않아’라는 식으로 

듣는 나를 발견한다.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온 작가의 포스는 ‘힘쓰는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글과 멀게 느끼지는 것은 

작가는 이런 모습이야 하는 

고정관념을 가진 나에게는 낯설었다.     

강연을 하면서 ‘별다른 게 없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냥 쓴다고 한다.

직장생활 4년을 한 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웹툰, 에세이 5권,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등을

썼다고 한다.     

올 해만 4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화했거나, 

하고 있으며, 넥 플리스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70여 개국 언어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작품은 1월에 다 찍었으나, 방영은 9월에 된다고 한다.     


나 또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쓴 본 적 있다.

한 달 동안 시나리오 한 편을 쓰면서 

막막한 벽에 갇힌 기분이었다.

소화제를 먹어가며,

아픈 손목에 아대를 끼고,

수시로 아픈 어깨 통증을 참아가며, 

겨우 완성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이런 막노동은 하고 싶지 않다’였다.

그런데 작가는 4편이나 1년에 쓰고 있다는 말에

눈과 귀를 의심했다.     

작가는 본의 스스로 터득한 

스토리텔링 전개 기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에필로그에는 뉘앙스를 풍기고,

도입부에는 배경과, 장소, 인물을 소개한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전개에서는 시련과 실패를 주인공에게 

두 차례에 반복한 후 

세 번째에 가서 반전으로 성공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로 끝맺는다고 한다.      


글을 쓰고 나면, 가장 가방끈이 짧은 삼촌에게 

보인다고 한다.

그분이 쉽게 잘 읽을 수 있으면 

그 이야기는 되는 거라고 한다.

작가라는 타이틀로 거창한 

문학작품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마음의 똥을 써 내려간다는 심정으로 쓴다.     

사람들은 누구나 똥을 눈다.

어떤 때는 휴지가 필요 없이 잘 나올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며칠 속이 불편하고 아프기도 하며,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매일 글을 쓴다고 한다.

자기에게는 유명한 작가랑 비교할 잣대가 없기에

쓴다고 한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30개 정도 꼭지에서 

3개 정도는 정말 잘 된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2번째로 잘된 작품을 먼저 놓고,

사람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보다가

읽다 보면 별거 아니네 할 때쯤,

세 번째 잘 된 작품을 놓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왕 돈 주고 샀는데 그래도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읽다가 마지막에 제일 잘 된 작품을 만나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돈 주고 산 것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좋게 평가해준다고 한다.  


태생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은 

비교 잣대가 있어 작품의 완성도가 있기 전까지는 

발표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다르다. 

그냥 하다 보면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쓰라고 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특히 넥 플리스를 통해 K-드라마 붐이 일면서 

한국 시나리오의 주가가 높다고 한다. 

돈과 기술은 준비되어 있는데 콘텐츠가 부족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쓰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비법을 알려주어도 쓰지 않는다.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내 비밀을 다 공개해도 불안하지 않다. 

도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보통 작가의 이름에는 반전이 있다.

보통이 아니었다. 

아마 이름이 ‘김보통 아님’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재미있는 사진 한 컷을 놓고 

역으로 추적해가면서 글을 쓸 때도 있다.

자신에게 기대가 높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내려놓으면 된다.          


별 것 없이 들었던 강연에서

한 대 얻어 맞고,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해 너무 의미를 두고

선반 위에 올려둔 채 

‘비나이다. 비나이다’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부터 그냥 쓴다.

그중에 한, 두 작품이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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