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산업재를 구입하면 영업 대리점이나 전문 상가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터파크 아이마켓이나 나비엠알오 등의 전문 산업재 쇼핑몰이 생긴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최근 홈 DIY 시장이 커지고 소규모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여러 유통 채널을 통해 산업재를 만나는 문이 넓어졌다. 대형 마트, 홈쇼핑, 디자인 쇼핑몰까지. 전동공구, 안전 제품, 기계장비 등 제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이다. 매장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오픈할 때마다 독특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한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인데, 이제까지 요토와 캠핑카, 할리데이비슨 등을 팔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굴삭기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 군포점에서였다. 1.7~3.5톤 규모의 현대건설기계 미니 굴삭기 4대가 바로 그 주인공. 마트에서 보기에 낯선 이 상품은 약 3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4대 중 3대(1대 선판매계약 완료)가 팔렸다고 한다. 첫 구매자의 경우 자가 건축용으로 구입했다고. 마트 관계자는 군포, 화성, 수원 등 인근 도시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판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1300K는 아기자기한 문구류, 심플한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판매하는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전문 쇼핑몰이다. ‘공구함/ 공구’ 카테고리를 봐도 캐릭터 공구나 수공구, 가정용 전동 드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분야 판매 베스트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계양전기의 예초기 세트. 예초기는 외국에서는 잔디깎이용으로 한국에서는 벌초기기로 알려져 있다. 지난 추석 시즌에 인터파크 아이마켓과 같은 전문 쇼핑몰을 비롯해 다양한 오픈 마켓에서도 판매율이 급증했다. 디자인 제품도 생활용품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전체적인 예초기 판매율 증가가 1300K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1300k는 이밖에도 안전장갑, 사다리 등 안전 용품과 수공구, 육각렌치 등의 산업재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홈쇼핑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이 있다. 공구를 판매하는 게 낯설지 않은 이유다. 다만 그 제품 종류를 살펴보면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보쉬처럼 유명한 브랜드도 있지만(보쉬는 전자제품 할인매장은 롯데 하이마트에도 입점했다), 홈쇼핑에서만 살 수 있는 ‘엄청난 물량과 사은품, 합리적인 가격대가 더해진 가성비갑 제품이 많다.
전동공구도 ‘홈쇼핑 구성’이 가능할까? 김병만이 만든 달인공구나 차두리를 전속 모델로 내세운 스위스밀리터리의 공구가 그 답이었다. 김병만의 달인공구는 전동드릴, 쏘와 샌더, 에어펌프까지 전부 더 한 가격이 19만 3천원이다(GS홈쇼핑 기준). 스펙을 따져봐야겠지만,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진입장벽이 더없이 낮다는 장점이 작용했다.
전동공구와 일부 안전 제품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검증된 브랜드의 소수 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재와 달리 제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한 산업재 시장의 특징이 작용한 셈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제품을 알아보고 구입하려면 전문 산업재 쇼핑몰에 가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다. 언제 어디든 눈에 띄는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게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시멘트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하거나 볼트를 제작 주문하는 시스템이 생길지 모르겠다. 기계장비들을 마트에서 직접 고르는 날도. 아직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무궁무진 하다면 말이다.
글ㅣ정은주 기자(jej@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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