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을 걷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고고(孤高)다

어느 누구도 나를 대체할 수 없는 것

by 김용희
나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고고다


일본 록 밴드 사카낙션의 보컬 야마구치 이치로가 한 말이다.

그는 심한 우울증과 이로 인한 군발성 두통으로 활동을 몇 년간 중단했다고 한다.

요즘 그의 영상들이 알고리즘으로 뜨는데, 그가 말하는 인생관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야마구치 이치로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가수는 세상에 둘도 없을 거라 말한다.

그러면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고고(孤高)라고 하였다.


고고란 사전적 정의로는 '초연하게 홀로 고상함을 지키는 태도'인데, 나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고고는 외롭더라도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박사과정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께서 오랜 기간 반대를 하셨다.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굳이 다시 공부를 하러 가냐고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박사과정에 가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설득하셨다.

그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너와 같이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얼마든 있을 거라고. 너와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거라고'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 즐비한 이 세상에서 내가 박사과정생으로 활동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현실에 안주하며 숨 죽이며 살았다.


그러다가 여차저차 많은 과정을 거쳐 다시 박사과정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내가 안락한 삶을 살기 위해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은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무수하게 실패하고 도전해 온 길은 나의 고유한 색깔이었다.

주위에는 나랑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 불신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다.


내가 걸어왔던 혹은 걷고자 하는 길은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이라고.

그렇기에 나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나는 모작이 아니다.

나의 레플리카는 없다.


나만의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외롭다.

고독을 느낀다.


훗날 그 길을 되돌아보면, 사실 그 길은 고고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고고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고독이라는 형태가 아닐까.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멋진 것이 아닐까. 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기 자신'임을 말해주기 때문에.

-야마구치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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