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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Aug 30. 2018

제주도 소주기업의 상표 전쟁

등록된 상표를 취소시켜라(1)

 제주도에서 마실 수 있는 소주인 ‘한라산’ 소주와 ‘푸른 밤’ 소주. 이 소주를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 바로 ㈜한라산과 ㈜제주소주입니다. 2014년 ㈜한라산은 ‘올래’ 소주를, ㈜제주소주는 ‘올레’ 소주를 출시하면서 두 기업 간의 상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주)한라산은 다음과 같은 ‘올래’ 상표권을 2014년 7월 2일 (주)올래로부터 사들입니다. 이후 ㈜한라산은 ‘올래’ 소주를 출시하였습니다.


상표등록 제40-0773060호

 같은 해 (주)제주소주는 다음 사진처럼 ‘올레’ 소주를 출시하였습니다. 이렇게 경쟁기업이 비슷한 상표를 사용하여 제품을 출시하였으니 분쟁은 피할 수 없었지요. (주)제주소주가 ㈜한라산의 ‘OLLE 올래’ 상표권이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판(2014당 1908)을 청구하면서 상표권 분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주)제주소주가 청구한 심판은 이른바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입니다. 특허청의 심사를 통하여 상표가 등록된 후 사용하지 않으면 그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표권은 법률적으로 창작이 아닌 선택의 결과물로 취급되죠. 상표를 선택하여 권리화하고 나서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상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상표권을 취득하고 바로 사용하라고 하면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상표권이 등록된 후 3년의 시간을 줍니다. 


 우리가 상표를 출원하면 먼저 등록된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 거절 이유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만일 먼저 등록된 상표가 등록 후 3년 동안 사용되고 있지 않다면,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을 통하여 등록상표를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심사관에게 등록상표가 취소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을 통하여 등록상표가 취소되면 유사한 상표가 없어진 상황이 만들어지므로, 우리가 출원한 상표는 등록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은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상표권자를 제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라산은 ‘OLLE 올래’라는 상표를 소주에 표시하여 사용하였는데, ㈜제주소주는 무엇 때문에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일까요. (주)제주소주는 “등록상표를 독자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요부인 ‘한라산‘과 불가분적으로 결합시킨 형태이고 '한라산에 올래?' 또는 '한라산에 오겠다'는 의미로 인식되므로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라고 볼 수는 있어도 동일성 범주 내의 상표는 아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등록상표가 등록된 상태와 다르게 사용된다면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과연 어떤 정도가 동일한 것일까요. 등록상표의 글자체나 색채를 변경하는 정도는 상식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글자나 도형을 결합시켜도 등록상표가 독립적으로 유지된다면 동일하게 상표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실제 사용 상표에서 ‘olle 올래’ 부분과 등록상표인 ‘OLLE 올래’를 비교할 때, 등록상표인 ‘OLLE 올래’의 영문자와 한글의 위치나 색채 등이 변형되어 사용되었지만 상표의 동일성을 해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실사용상표에서 ‘한라산’과 ‘olle 올래’ 부분이 서로 분리되어 있고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특허심판원은 거래사회의 통념상 등록상표가 상표로서의 동일하게 사용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한라산의 등록상표 ‘OLLE 올래’는 등록이 취소되지 않았고, ㈜제주소주는 등록상표‘OLLE 올래’와 비슷한 ‘올레’라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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