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는 1994년 LA 다저스에 대한민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진출했다.
미국 야구팬들은 낯선 동양인 투수가 시원시원한 투구폼으로 시속 150km 후반대 강속구를 뿌려대는 모습을 주목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는 첫 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하며 연일 화제가 되었다.
그가 미국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비단 야구 기량뿐만은 아니었다. 박찬호 선수는 경기 시작 전 마운드 위에서 심판과 상대 선수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미국 야구팬들은 박찬호 선수의 이런 모습을 경이롭고 신선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미국의 야구 문화에서 심판을 선수보다 위에 있다거나 모자를 벗어서 존중과 존경을 표현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없었기도 하고 상대팀 선수는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경기 전에 인사를 하는 모습은 상당히 특이한 행위로 인식되었다.
물론 박찬호 선수의 경기 전 인사가 심판과 상대 선수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의 이런 행동은 경기 전에 심판과 동료 선수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스스로에게는 경기를 임하는 각오와 자세를 다지는 일종의 루틴이자 세리머니가 아니었을까 판단된다. 그의 경기 전 이런 행위의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심판과 상대 선수에게는 물론 박찬호 선수 본인에게도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되었다고 생각된다.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인사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조직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구성원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런 긍정적인 관계 형성의 시작은 바로 '인사하기'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에게 예의와 존중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이 그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왜 고개를 숙여야 하지?' 또는 '어차피 업무적으로 겹치지도 않는데?'라고 생각하며, 인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사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예의와 존중을 표현하는 것은 '상대방이 나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또는 '나이가 많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를 하면서 구성원 상호 간의 소속감과 신뢰감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남에게 복종한다거나 굴복하는 행위가 아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 수 있다. 인사를 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사는 더 이상 불필요한 행위가 아닌 것이 된다. 나를 위해 인사하자!
그렇게 하면 적어도 인사를 하는 순간만이라도 상대방은 나를 긍정적인 시선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서로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는 분위기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를 조직 전체로 전파할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제발 인사 좀 잘 받자!
누군가는 큰 용기를 내서 인사를 했는데 무심하게 지나치는 동료들(특히 고 직급자)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인사를 한 사람은 무안해 지거나 '저 사람한테는 앞으로 인사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를 하는 것만큼이나 인사를 잘 받아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행위이다.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인사를 잘 받아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직급이 높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은 무조건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고, '내가 인사를 받거나 안 받거나 하는 것은 내 선택이지!'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계속 고립되는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만약 고 직급 자는 인사를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저 직급 자도 인사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는 지위고하를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다. 서로 간의 존중과 신뢰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위가 조직 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인사를 통해서 꽃 피울 수 있는 우리의 조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