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義理) 부재(不在)의 시대
‘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 ‘자객열전’에서 춘추시대 말기 진나라의 협객 예양에 의해 전해진 이야기 입니다.
예양은 본래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섬기던 사람이었으나 그 둘은 예양을 예우하지 않고 그저 보통 사람으로 취급 했습니다. 그러다가 범씨와 중항씨는 지백(智伯)에 의해 멸망하게 되었고, 지백은 예양의 범상치 않음을 주목하여 자신의 국사(國士)로 예우하고 중용했습니다.
그러나 지백이 정적(政敵)이었던 조양자(趙襄子)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지백의 사람들은 모두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때 예양은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받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
라며, 조양자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예양은 조양자를 죽이기 위해 두 번 살해 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게 됩니다. 결국 조양자 앞에 무릎을 끓은 예양은 죽기전에 조양자에게 이렇게 간청 했습니다.
“당신 옷이라도 쳐서 주군의 원수를 갚게 해달라!“
결국 예양은 조양자가 내어준 옷을 칼로 치면서
“내가 이제서야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되었구나..”라고 말하고 칼 끝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을 찔러 자결했습니다.
’의리(義理) - 사람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이렇듯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과 의리를 지키는 것은 과거로부터 군자의 도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조직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이해 관계‘의 문화가 더 일상화 된 것 같습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목적에 의해서 뭉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해 관계에 의한 만남’일지라도 사람 관계에서는 지켜야 할 의리가 존재 합니다. 자신과 함께했던 동료와의 인연을 기억하고 다시 함께할 날을 기대하며 긍정적인 마음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타인과 인연 맺음에 대한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의리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조직에서는 점차 이런 최소한의 도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식으로 ‘의리(인간관계의 도리)’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폄하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기름만 넣어주면 움직일 수 있지만 사람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구성원간에 서로에 대한 의리를 다했을 때, 우리의 조직은 ‘사람냄새’ 나는 정감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