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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여행자 Apr 19. 2020

도를 아십니까?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도를 아십니까?”

길거리에서 갑자기 들이대며 도를 아시냐고, 조상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한동안 잠잠한 듯하더니, 요즘에 다시 슬슬 활동을 재개하는 듯하다. 최근 우리 동네에 출몰하였다. 전철역 가는 길에 항상 같은 위치에서 심심찮게 마주친다. 딴생각하면서 걷다가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지금은 대꾸도 하지 않고 지나간다. 하지만 과거에... 음...     


창피한 얘기지만 그곳에 두 번이나 끌려? 갔다. 고등학교 때 한번, 군대 갓 제대 후 한번. 한 번은 그렇다 쳐도 왜 두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워서 잘 말 안 하는데, 글은 솔직히 써야 하니까 고백한다. 역시 글의 힘이란.

겨우 빠져나왔다. 나를 위한다면서 절대 못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내 양 팔을 잡아끌고 물리적으로 필사적으로 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곳에 감금되는 상상을 잠시 했다. 오직 나를 위해서 나를 못 나가게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왜 나를 위해 이리도 필사적인가. 그들은 천사인 것인가. 

내가 나를 위해 빠져나오겠다는데, 왜 내 의사에 반하여 나를 위해 못 나가게 하는 것인가. 그 이후로는 길거리에서 아무리 따라오면서 말해도 바쁘다며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 틈을 주어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대꾸를 해주었더니 그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첫 번째 갔을 때에는 제 발로 나왔다. 물론 주머니에 있던 모든 돈을 다 꺼내어 주고 나오긴 했지만...   

   


재작년의 일이다.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려니 했는데 꾸준히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길래, 그냥 나와 친해지고 싶나 보다 하면서 약속을 잡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슬그머니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본인의 임무수행을 서서히 시작하였다. 자신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구원을 받았는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하여. 그리고 나도 그 좋은 곳에서 함께 하길 바란다며 나를 설득, 설득 또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역시 나를 위해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엄청난 이타적인 존재들인가 보다. 어찌 이토록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차 없이 쏟아붓는 것인가. 자신들은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같은 식의 포교는 하지 않는다며, 무언가 차별화되고 한 단계 레벨이 높은 조직임을 강조하였다. 분파되어 나온 조직이었다. 정중한 고사가 통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넘어오지 않는 내가 그리도 안타까워 보이는가 보다. 그 이후로도 그의 연락은 꾸준히 계속되었다. 늘 답장을 해주었더니, 무언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포기하지 않고 나를 설득하였다. 그러나 난 두 번이나 그곳에 가보았던 사람이라고. 다행히 이번엔 끌려가지 않았다.       



최근에 우연히 어느 자리에서 어떤 사람과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자신은 어떤 수련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였다. 자신이 힘든 시기에 이 수련 덕분에 살아났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 수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곳이었다. 표정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다행히 그분은 집요하게 나를 설득하지는 않았다. 함께 하면 좋겠다는 말만 하였다. 참 다행이었다. 이 분은 광신도는 아닌가 보다.      

이렇듯 도를 잘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 참 많다. 이왕 들어간 거니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선택했으면 최선을 다하면 된다. 하다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고.

단! 가족에, 주변에, 사회에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도를 아느냐는 질문도 이제 그만. 알고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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