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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Nov 13. 2021

시간을 잃어버린 공간

극장은 늘 어둡다. 그래서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다. 날이 좋아도 날이 나빠도. 찬바람이 불어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는 늦가을. 난 찬 공기를 해치며 극장으로 출근하고 내 시간은 멈춰버린다.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하우스 오픈과 공연 시작 시간을 보는 때뿐이다. 

 2회 공연이 있는 날이면 그날 하루를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쉬고 기분 전환을 하러 공연을 보는 행위가 내겐 일이니까. 긴장하고 잘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 여전히 공연 직전엔 긴장감이 배 속에서 꿈틀댄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긴장감이다. 설렘이 20% 정도는 되는 긴장이니까.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매표소를 지나 입장하며 꿈과 환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힘이 있다. 나는 그러한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시간을 잃어버린 피터팬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니까. 

 오늘도 난 시간을 잃어버린 공간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공연이 끝나면 멈춰버린 내 시간도 다시 흐르겠지란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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