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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Mar 16. 2024

물속성 리트리버 목욕시키기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03

 제이는 리트리버이지만 소위 말하는 물또라이는 아니다. 물을 좋아하지만 미치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산책할 때 만나는 진흙 물구덩이를 피하게 해서 그런지 물만 보면 뛰어드는 아이는 아니다. 제이가 물을 좋아해서 가장 좋은 점은 목욕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목욕을 좋아하진 않지만 거부하지는 않는다.

 목욕하는 날은 산책을 마치고 아주 자연스럽게 욕실로 들어간다. 대형견을 키우는 집사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얼굴을 씻기기 전까진 털도 털지 않고 아주 얌전히, 다만 샤워기에서는 멀찍이 앉아있는다.

 대형견은 마음으로 낳아 돈으로 키운다고. 덩치가 큰 만큼 소위 말하는 용품빨이 필요하다. 모든 용품이 그러하지만 제이가 아닌 나를 위해서 돈을 쓰는 건 바로 목욕용품이다. 그래야 내가 덜 힘들고 자주 목욕시킬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자주 이용하는 건 와디즈라는 앱이다. 여기에서 제이 드라이기, 샤워 가운, 샴푸 등을 구매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들이다.

 대형견은 덩치가 큰 만큼 씻기는 만큼 말리는 것이 큰 일이다. 그래서 반려동물 전용 샤워 가운을 입혀 털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반려동물 전용 드라이기를 사용해 빗질과 말리기를 동시에 한다.

<제이 샤워 가운. 남자는 찐핑크지.>

  최근에 이러한 상품이 많이 나왔는데 광고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는 없지만 꽤 만족스럽다. 샤워 가운을 입힌 후 욕실 밖으로 나오면 혼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가운에 몸을 잘 비벼주는 덕분에 나중에 수건으로 물기 닦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빗이 달린 드라이기로 털을 빗어주면서 말리면 아주 좋다. 다만 드라이기가 반려동물 전용이기에 바람세기는 좀 약하고 온도도 뜨겁지 않다. 그래도 한 손으로 말리면서 다른 한 손으로 빗질하는 것보단 훨씬 빠르게 말릴 수 있는 것 같다.

 와디즈로 구입한 상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샴푸이다. 그동안 반려동물에게 좋다는 고급 샴푸도 써보고 머드 비누도 써보는 등 꽤 많은 것들에 도전했는데 향이 좋고 성분이 좋은 고급 샴푸는 거품이 눈에 보이질 않아 제대로 씻기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고 머드 비누는 향이 나지 않아 씻기고 나서도 금세 냄새가 나는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 구입한 샴푸는 성분도 좋고 향도 마음에 들었다.

보다더라는 곳에서 나온 샴푸인데 마음에 들어서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렸더니 제품을 만드신 분이 제이 인스타를 보셨는지 제이 덩치에 샴푸 용량이 적은 듯하다며 선물로 하나 더 보내주시겠다고 했다. 대용량은 아니지만 적게 사용해도 거품이 잘 나서 아직까지 하나로 잘 사용하고 있다.

<목욕 후 노곤해진 제이>

 목욕 후 노곤해진 제이는 소파 위 지정석에 올라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간식도 많이 챙겨 먹고 따뜻한 물에 씻었으니 피곤하겠지. 너를 씻긴 내가 더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물속성 리트리버이기에 이 정도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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