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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영 Mar 22. 2024

대형견과 함께 자면...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살기 04

 처음부터 제이와 함께 잠을 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집에 적응할 때부터 잠은 따로 잤다. 첫 2-3주는 새벽마다 낑낑대며 사람을 찾았다. 아니 어쩌면 제이가 자신의 엄마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부모님이 깰세라 일어나서 제이 곁에 누웠다. 자기도 온기가 필요했는지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잠을 자던 아이였다.  

<어디서든 잘 누워있고 혼자 잘 자던 제이>

 그 이후로는 사람 기척이 있을 때까지 혼자 잘 자는 아이였다. 그런 제이였는데...

 이제는 사람과 같이 자는 걸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됐다. 그 이유는 아마 내 탓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 키운 삐삐와 몽룡이의 온기를 잊지 못한 나는 제이와 함께 자는 걸 은근히 바랐다. 삐삐는 내 머리 위에서 잤고 몽룡이는 다리 밑에서 잤다.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나는 커다란 제이를 껴안고 자는 것이 얼마나 좋을 지, 생각만 해도 따뜻함을 느꼈다.

 제이를 처음 침대로 올라오게 한 날, 방문 앞에서 쭈볏거리던 제이는 "이리와!"라는 내 말에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올라와!"라는 말에 서스름없이 침대로 뛰어올랐다.

 그 날 이후 난 잠자리를 빼앗겼다.

<왜 이렇게 늦게들어와?라는 듯 쳐다보는 제이, 나름 내 자리도 생각해서 누워준다.>

 내 슈퍼싱글 침대는 둘이 자기엔 비좁았다. 이미 덩치가 커버린 제이는 애써 나를 배려라도 하듯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지만 나는 바로 눕지 못하고 늘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해야했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은 모두 공감하는 얘기가 강아지가 침대에 꼭 가로로 누워 3분의 2를 차지하고 정작 주인인 나는 구석에 쫓겨 잔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그 강아지가 대형견이라면... 그냥 바닥에 요를 펴고 함께 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이젠 싱글침대에서 잘 수가 없었기에 킹 사이즈 매트리스를 바닥에 놓고 사용한다. 그럼 내 공간이 좀 더 생길까 싶었지만 그냥 침대에 오르내릴 때 제이 관절에 부담이 덜 갈 뿐이다. 내 자리는 처음부터 어떤 사이즈의 침대이든 3분의 1이다.

<베개 사랑꾼 제이>

 제이는 베개를 좋아한다. 정말이지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사람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곤 늘 자는 제이를 옆으로 밀쳐내며 "나도 이제 누울 거니까 자리 좀 만들어줘."라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말하면 늘 잠시 일어나준다. 내가 누우면 바로 옆에 찰싹 붙어 다시 눕는다. 그래서 겨울동안 한 번도 전기 장판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형견의 온기는 정말이지 전기장판보다 효과가 있다. 그렇게 제이의 늘숨날숨을 느끼면 나도 어느새 눈꺼풀이 스르륵 감긴다.

 가끔 이런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 물론 제이가 새벽에 깨거나 옆으로 돌아누우며 나를 밀치면 잠에서 깨곤한다. 하지만 그것 외에 제이 덕분에 일찍 취침하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었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청하는 잠은 꽤 달콤하다. 거기에 혼자 지내며 늘 새벽까지 유투브를 보며 보내는 시간도 줄었으니 수면의 질이 더 향상된 거 같다.

 다만 대형견의 움직임은 소형견과는 상당히 다르게 묵직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은 따로 자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누우면 꽤 잘 자는 사람이기에 한 번도 제이와 함께 침대를 사용하는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인 대형견을 키우면 함께 잠이 드는 일은 생각보다 더 행복하다.

<가지런히 발을 모으고 자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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