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울었다.
펑펑 운 건 아니고 타인 앞에서 울긴 오랜만이었다.
4주만에 만나 별 일 없었냐고 물어보는데 설움이 밀려왔다.
사실 나는 아직도
"니가 뭔데 글을 넣어라 마냐 하느냐"는
말이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한 달을, 지금까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조함과 불안함은 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중이고,
잘 자던 수면 패턴까지 깨져서 무척 힘들다.
물론 회사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터라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졸고 있는 건 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회의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대표님의 말에
따박따박 대들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상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테고 우리 자주 볼까요?"라고 하길래
그러자 했다.
그래서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만나기로 했다.
메일도 자주 보내라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저자 섭외 메일 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한 시간 가까이 얘기하면서 그는 무척 나를 걱정했다.
그리고 늘 하던대로 하라고 했다.
다른 거 뭐 할 생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예를 들어 연애를 한다거나 이딴 거 하지 말란다.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내일은 휴가다.
책장 온 거 조립해서 정리하고 쌓인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해야지.
그리고 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어야겠다.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한 달 전의 일은
언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큰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