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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ist Mar 03. 2021

my routine

니가 관심이 없어도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몸을 반쯤 일으켜 앉는다.

손바닥을 비벼 따뜻하게 만든 후 눈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머릿속을 비우려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30분쯤 지나면 밖에서 신문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을 가지러 간다.

내가 보는 신문은 두 개다. 주말은 3개다.

남들이 기피하는 조선일보와 정신없는 한겨레, 그리고 주말판 중앙선데이.

조선일보는 그렇게 욕하지만 아직도 볼거리가 풍족하다.

한겨레는 칼럼이 좋다.

정치면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한 손에 가위를 들고 눈에 띄는 기사가 보이면 사각사각 잘라낸다.

2시간에 걸쳐 신문 두 개를 보고 나면 잘라낸 기사가 제법이다.

이것들은 회사에 가져가서 다시 검토할 것들이다.


6시가 되면 TV를 켜고 채널을 MBC에 맞춘다.

약통을 찾아 고혈압 약을 먹는다.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턱끝까지 이불을 올리고 눈을 감고 뉴스를 듣는다.

광고가 시작되면 한 회가 끝난 거다.

나는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꼭 밥을 먹는다.

냉장고에 반찬 따위는 없다.

조미김이나 참치캔이나 엄마가 보내주신 국 등을 함께 먹는다.


그리고 앉아서 다시 뉴스를 본다.

같은 리포팅이지만 그래도 본다.

마치 꼼꼼하게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뚫어져라 TV 화면을 본다.

2회가 끝나고 광고가 나온다.


이제는 씻을 시간이다.

나는 주로 아침에 샤워를 한다.

여름에는 당연히 저녁에 하지만 그 외에는 아침 샤워가 좋다

왜냐하면 샤워 후 바르는 바디크림의 향이 하루 종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욕실에서 나오면 지니에게 JTBC를 부탁한다.

같은 뉴스, 다른 리포팅.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하며 뉴스를 듣는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빠진 건 없는지 테이블 위를 눈으로 훑어본다.

지니에게 TV를 꺼달라고 얘기하고 집을 나선다.


출근 시간에는 주로 통근버스의 앞자리에 앉는 편이다.

내가 먼저 내리기 때문이다.

30여 분을 자유로를 달리는 동안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거나

전날 봤던 영화를 마저 보기도 한다.


출근은 언제나 내가 1등이다.

컵을 씻고, 휴지통을 비우고, 컴퓨터를 켜고 공용 메일함을 연다.

주문은 얼마나 들어왔는지, 투고 원고는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나의 개인 메일을 열면 폭탄이 터진다.

수많은 뉴스레터들.

하나 읽고 다른 일 하고, 하나 읽고 다른 일 하고를 반복한다.


점심은 거르고 최대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손을 눈에 갖다 댄다.

이 때도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후에도 오전의 일이 반복된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은 예비 저자들에게 메일 보내는 일이다.

보통 하나 쓰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크게 한숨이 나오는 시간은 4시가 넘어서다.

요즘은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는 것 같다.


받은 메일함은 나에게 환희를 안겨줄 때도 있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한다.

오늘은 환희다.

내가 건넨 아이디어의 결과가 좋다.

다음 주에 실장님이 계약하러 나가신다.

이런 날은 퇴근길이 홀가분하다.

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 않은 날은 내일을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한다.


꽉 들어찬 퇴근길 통근버스 안 사람들의 절반은 잔다.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들도 나만큼 힘들었겠지.

다행히 통근버스는 우리 집 앞에 서기 때문에 참 좋다.


집에 들어서면 쫓기듯 옷을 갈아입고 씻는다.

그리고 약을 먹고 책을 읽는다.

이번 주의 책은 <병명은 가족>이다.

책을 다 읽으면 작가에게 연락해 볼 생각이다.

출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어떻게 썼는지 그 방법이 궁금해서다.

아무튼.


보통은 책을 읽다 잠이 들고 한 시쯤 깬다.

안경과 읽던 책을 정리하고 베개에 머리를 누인다.

그리고 나는 두 시간 뒤에 기상한다.


요즘 원고가 없어서 내년을 위한 기획이 한창이다.

신문을 다시 구독하고 나서부터는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른다.

역시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지금은 읽고 기획안을 쓰고 메일을 보내는 일이 전부이지만,

이번 달 중순을 시작으로 나는 본래 내가 하던 에디팅을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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