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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ist May 11. 2021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시대의 창, 2018

<육식의 종말>은 소 사육과 인간의 육식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1세기에 인류가 육식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육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인간이 온갖 병에서 시달리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무분별한 도축에서 비롯되었고, 사스, 메르스 등 온갖 유행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병은 인간이 육식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사회과학서가 아니다. 저자가 직접 닭, 돼지, 개 농장에서 일하며 느낀 것을 담아낸 에세이다. 저자는 짧은 기간 동안 3 종류의 축사에서 혹독하게 일하며 동물복지라고는 감히 생각할 수 없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가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동물들에 관해 생생하게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짬 처리, 무분별한 외과 수술, 불법 도축이었다. 아직도 그 세계에서는 동물을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죽여서 도축한다. 그리고 그 고기들은 끝까지 인간에게 일말의 양심도 없는 듯 하나의 식품으로 가공되어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것이다.


한 개 농장주는 이렇게 말했다.


"개고기는 금지 못 해. 지금 개들이 먹어치우는 짬이 얼마나 많아?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전체로 치면 어마어마할 걸. 나라에서도 그걸 아니까, 환경 단체에서 지랄지랄해도 내버려 두는 거야. 지들도 방법이 없으니까. 그걸 하루아침에 못 하게 해 봐. 그럼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는 다 어쩔 거야? 지들이 먹을 거야? 아님 땅에 묻을 거야? 공무원들은 다 알고 있거든. 답이 없다는 걸. 그러니까 쉬쉬하면서 내버려두는 거지. 환경에 안 좋다 그러는데 이것만큼 환경에 좋은 게 어딨어? 우리가 그걸 태우기를 해? 강불에 쏟아붓기를 해?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손가락질하는 그거 먹여서 고길 만드는 거데.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만 보면 참 치사한 거야. 음식 쓰레기 처리하는 데 돈 많이 드는 건 싫지만 그걸 개한테 먹이는 것도 싫다. 이게 앞뒤가 안 맞잖아? 금지할 테면 하라고 해봐.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개한테 먹이라고 사정할 걸?"


우리가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개와 돼지가 처리하고 우리는 그 고기를 먹는다. 아, 모든 돼지가 짬을 먹는 건 아니다. 일부 영세한 농장에서 사료비를 충당하지 못해 돼지에게 짬을 먹인다.


몇 년 전 <육식의 종말>을 읽고 한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때는 감정이 묘했다. 비건을 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소가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었고, 환경보호를 해야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먹지 못했고 안 먹었다. 그러나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죽고 몇 세대가 지나더라도 동물복지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오히려 작가는 동물을 키울 땅이 없다고 하지 말고 전국 곳곳에 널린 골프장을 인간과 동물을 위한 곳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아이러니한 얘기다.


환경문제는 '언젠가는'이 아니라 지금부터 실천해도 늦었고, 개인 각자가 반드시 문제의식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도 고기다운 고기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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