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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외취업신기록 Aug 09. 2018

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해외 취업 후 현지 적응 에피소드 1

해외 취업의 euphoria는 잠시. 도착후 실생활에서 생각치도 못한 어려움과 부딪히게 된다.


한 미국 동료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Struggle is real


우리 가족에게 가장 힘들었 던 것 중에 하나는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구하는 것이었다.

특히 따님을 위해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야채와 과일은 이변이 없는 한 신토불이 (프랑스산) 유기농 제품으로 구매했다.


농업 대국에 세계 유기농 인증의 리더인 ECOCERT의 본국인 프랑스 에서는 4계절내내 프랑스에서 생산된 유기농 야채를 너무나 당연하게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파리 근교 100km 에서 재배되는 제철 그리고 local 유기농 야채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있었다.




2월말 겨울에 체코에서 유기농 야채를 구하는 것은 미로에서 길 찾은 것과 같았다.

다행히도 유기농 관련 가게들은 많은데, 거의 대부분 유기농 가공품만 취급했다.


대형 체인 수퍼마켓에 가면 물론 야채들이 있긴 했는데, 어느나라에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무늬만 야채는 아닌지 의심이 갔다.


신선한 재료가 없으니 요리도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프랑스에서 가지고 온 재료들과 제품들로 식사를 했고, 싸온 음식들이 바닥이 난 후에는 외식을 했다.

동네 식당들 투어 ㅋ.


조지아 (또는 그루지야 /Georgia) 음식을 시식하고 계신 따님. 빵에 달걀 반숙. 보기보다 사실 맛이 없었다 ㅋ



한달이 지났을 까, 남편이 메세지를 하나 보내왔다.

9유로

"겨울이라 유기농 야채를 찾기 힘들어."

아~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그렇지...


몇일 후 남편이 또 메세지를 보냈다.

16유로

프랑스보다 두배정도 비싼 가격, 너무 떨어지는 질 그리고 너무나 좁은 선택의 폭, 

우리가 그 좋은 프랑스를 왜 떠나서 이고생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 끝에 유기농 야채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곳을 찾았다. 


현재까지 시도 중 가장 가격 대비 양은 많았지만, 질은 영 별로 였다.




동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봄이되면 프라하 곳곳에 "FARMERS' MARKET'이 열리고, 거기에서 신선한 야채를 구할 수 있을 것라고 희망을 주었다.


봄이되고 지하철 역 근처에서 한 farmers' market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판매되는 야채들이 그 들이 직접 재배한 것인지, 그리고 유기농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체코 동료는 대부분 무농약이나 안심하라며, 궁금하면 물어보라고 했다.

내가 의심이 특별히 많은 사람이 아닌데,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어느날 우리 따님 어린이집을 구해준 에이전트를 만났다.

알고보니 그녀는 요가 강사 자격증이 있고, 채식주의자 였다.

내가 유기농 야채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그녀는 흔쾌히 자기가 아는 유기농사를 짓는 체코 농부 연락처를 주었다.

자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 농부한테 야채상자를 주문한다고 했다.

배달은 5월/6월부터 10월/11월까지. 날씨에 따라서 


Yes !!!


길고긴 겨울 (사실 우리는 2월 말에 도착해서 이론적으로 보면 겨울을 2-4주 밖에 보내지 않았다.)이 지나고

프라하의 봄이 되면서, 우리는 언제 야채 박스를 받을 수 있을까 impatient해 졌다.


5월 초에 문자를 보냈더니 그 농부왈:

"모든 야채들이 잘 크고 있어. 5월 말부터 배달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


드디어 6월에 되고, 우여곡절 끝에 첫 야채상자가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나는 회사, 남편은 어학원에 있어서 프라하 시내의 한 식당에 배달해주기로 했다.


우리 세식구는 너무 신이나서 상자를 찾으러 갔는데, 주소지에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 거리이름이 맞는데, 농부가 전달해 준 번지수가 없었다.


전화를 해보니 번지수가 맞다고, 어디 어디 옆에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한달간 체코어를 배운 남편이 동분서주하면서 주변 가게에 열심히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 주소지를 알지 못했다.

30분간 헤매었나, 남편이 농부하고 여러번 통화를 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식당을 찾았다.

채식 식당에, 직원들이 모두 삭발을 하고, 뒤에만 머리를 조금 묶고 좀 신기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식당에서 처음에는 "나는 몰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역시 현지어를 못하면 답답하긴 하다.

여차여차 설명하고, 농부한테 전화 걸어서 서로 통화를 시키고나니, 식당 직원이 지하 신선창고에서 우리 야채 상자를 가지고 올라왔다. 


350 코루나 = 15유로


상자를 받기위해 동분서주할 때 짜증이 났던 남편도 상자를 받는 순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당일 수확한 신선한 제철 유기농 야채.


que demande le peuple ? What more do we want?


프랑스 시골에서 텃밭에서 난 야채를 먹으며 자란 남편의 입맛에도 딱 맞는 야채들이었다.




다음 화요일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남편이 야채 상자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점원이 "지금 무슨 얘기 하는거?" 하고 어리둥절 했다.

남편이 방금 배운 따끈한 체코어로 여러번 설명을 해도 나이든 점원의 반응이 "미안하지만, 이해 못하겠어"였단다.

잠시 후 영어가 되는 점원이 도착해서 이 상황을 보고 웃어버렸다고 한다.

남편이 "다음주에 배달올 과일을 찾으러 왔어" 라고 했단다.

체코어는 아주 정확하게 이야이 해야하는데,  동사를 과거형 (배달온)이 아닌 미래형 (배달올)이라고 했고, 

야채 대신 과일이라고 했으니, 첫 점원이 의아할 수 밖에.


세번 째 주부터는 식당 점원들이 남편을 알아 본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6개월간은 유기농 야채 고민을 덜었다. 




참고로 덕분에 우리가 발견한 식당은 고빈다 식당이다.

그리고 그 곳에 가면 우리는 "hare krisna"라는 인사를 받는다. ㅋ

Govinda, vegetariánská restaurace Praha 8 | Výživná, zdravá a chutná ...      

www.govinda-vegclub.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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