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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외취업신기록 Dec 03. 2018

프랑스 남편의 체코 해외취업

글로벌 리딩 컨성팅회사 채용담당로 변신하다.

솔로인 경우 해외 취업 기회가 오면 여행가방 하나만 가지고 유유히 출국하는 비행기에 올라 탈 수 있다.  

그런데 가족이 있는 경우, 멋진 해외 취업의 기회가 오더라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배우자의 커리어.


국제기구나 글로벌 기업 취업은 대부분의 경우 해외에 정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배우자가 직장을 휴직또는 퇴직을 하고 가족이 함께 이주하기로 결정하면 해외취업이 쉽고,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지만,

배우자/파트너의 커리어상 함께 이주가 가능하지 않다면,

기러기 아빠/엄마가 되거나 해외취업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많은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업들이 배우자 또는 파트너 보조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광고하여 지원자를 유혹하지만, 실제로 배우자/파트너가 그 프로그램을 통해 구직을 하는 경우는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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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계최대 제약회사에 스카웃 제의를 받았을 때 남편은 흔쾌히 OK를 했다.

첫째, 체코 프라하는 언젠가 한 번 살고 싶었던 도시중의 하나이고,

둘째, 언젠가 expat으로 외국에서 살아 보고 싶었고,

셋째, 경력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내가 새 직장에 잘 적응하고, 우리 따님이 새로운 나라, 도시, 집 그리고 유치원에 적응하도록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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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도착 한지 정확히 1주일이 지난 토요일.

아직 풀지 못한 수십개의 박스를 그대로 둔 채 우리는 

프라하의 글로벌 잡페어로 향했다.


세돌박이 따님을 데리고, 아주 편안한 주말 복장으로.

남편은 청바지에, 풀오버를 입고, 이력서도 한장 준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편이 당장 일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프라하의 노동시장이 어떤지 궁금해서, 단순 정보 수집을 위한 나들이 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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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박이 따님을 본 전시 exhibitor들, 대부분이 채용담당자들이 입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몇 몇 글로벌 회사 (아마존, 익스페디아, 허니웰, 액센추어, 에이비인비브 등)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인이 좋은 직장에 스카웃되어, 파리에서 프라하로 이사온지 일 주일 되었어."

"그럼 너는 지금 일을 찾고 있니?"

"너는 어떤 분야에 관심있는데?"

"프랑스 사람이야?"

"다른 외국어도 하니?"


채용담당자들의 질문이 마구 쏟아졌다.


그리고 남편의 이력서도 보지 않고, 단 5-10분간 대화를 한 후, 세 회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두 회사는 바로 연봉 협상과 출근날자까지 네고에 들어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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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프랑스 고객들을 담당할 프랑스 원어민을 찾고 있었고,

한 회사는 남편이 관심있어하지만 경력이 전혀 없는 HR분야 신입자리를 제안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체코에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부가 많이 들어오면서 유럽의 각 국가를 담당할 직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인데, 프랑스인이면서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섭렵한 남편의 프로필이 어필을 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좀 더 현재 체코 노동 시장을 잘 표현하는데, 

"구직자가 갑인 나라" (https://brunch.co.kr/@ideality/17) 포스팅에서도 공유 했지만, 체코, 특히 프라하는 실업률이 0%라고 할 정도로 채용이 많이 이루어 진다. 즉, 누구든 일을 하고 싶다면 일을 할 수 있다.


한정된 노동시장 (체코 인구 10만)에서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유럽의 다른 나라, 그리고 제 3국에서 많이 노동이민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물론 노동 이민자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보통 선진국에서 체코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경력과 전문성을 지니는 expat들 그리고 체코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업종에 종사하기 위해 노동이민을 오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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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당장은 일 시작할 계획이 없어. 먼저 정착을 하고, 가을 쯤 시작할 거야."라고 답변했다.

모든 회사들이 남편이 일을 시작할 계획이 잡히면 꼭 다시 연락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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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을 하며 우리 가족이 잘 정착하도록 집과 가정을 꾸려나가고, 

매일 매일 열심히 체코말을 공부하는 남편.

따님 유치원의 다른 부모님들과도 조금씩 친분을 맺기 시작했다.

그 중 한 학부모는 프랑스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따서 프랑스어가 유창한 A씨,

기업의 경영 전략, 디지털, 기술,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미국의 다국적 경영 컨설팅 기업의 프라하지사의 채용 매니저이다. (참고로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워라밸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같은 상황에 있는동료 워킹맘과 함께 매니저 자리를 세어하고 있다.)

우리 따님이 프라하 유치원에 입학한 후 얼마 안되어서 부터 친분을 쌓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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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족들과도 친해져서 서로 왕래하며 지낸지 반년.


A씨와 그녀의 남편이 "너 언제 일할 계획이야? 우리가 너한테 어울랄 만한 일자리를 알고 있는데, 관심있어?" 라고 물었다.


그렇게 해서 남편은 A씨 회사에서 프랑스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채용담당자를 구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게되었고, 채용공고가 난 후 지원했다.

(주말 내내 이력서를 15번 고치고, A씨 그리고 우리 회사의 HR 부국장에게 검토도 받았다.)


스웨덴 매니저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독일 매니저와 대면 면접을 본 후, 당당히 합격했다.


그래서 글로벌 리딩 컨설팅회사의 채용담당자로 경력전환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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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분야에 게다가 채용에 전혀 경험이 없는 남편이 채용될 수 있었던 까닭은

항공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얻게된 안목, 그리고 기타 활동 (출판사 에디터, 프로젝트 매니저)등을 통해 획득한 여러 soft skill들이 채용담당자에게 유용한 소질이라는 평가를 받아서이다.


게다가 남편은 12월 말까지 오전 체코어 수업을 계속하고, 또 따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유치원에 등원과 하원을 계속 해주기 위해 근무시간을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반으로 협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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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대한 기사가 매일 신문을 장식하는 한국이나 프랑스와는 전혀 다른 체코의 노동시장.

신선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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