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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 Aug 11. 2023

11. 작은 일상의 회복(상)

 자기 효능감 강화하기

"회원님, 그래도 이제 운동 다운 운동 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더 열심히 해봅시다!"


지난주 아령을 들고 운동하면서 우는 소리를 하는 내게 재활 선생님이 소리쳤다. 맨몸으로 움직임 반경 20센티 남짓 깔짝깔짝 움직이면서 남들이 보기엔 누워서 뭐 하나 싶은 동작을 얼굴 벌게지며 운동했던 게 몇 년간의 재활운동이었다. 그런 내가 양손에 하나씩 '3kg' 씩이나 되는 아령을 들다니! 정말로 운동하는 영상을 찍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게 뭐라고, 그게 그렇게 기쁜 일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움직이는 날에는 여지없이 몸의 근육을 잘못 쓰는 바람에 자세가 다 일그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에 외근이나 출장만 가는 걸로도 긴장이 되곤 했었다. 내가 올바른 자세로 물건을 들고 가방을 메고 움직이고 걸을 수 있게 되면 외근도 출장도 그리고 여행도 두려운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재활 선생님은 곧잘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데 이 날은 내가 아령을 들고 운동했기 때문인지 사과를 옮기는 어르신 얘기를 해주었다.

'제가 사과 하나씩 옮기는 어르신 얘기 해드렸나요? 제 회원님 중에 60대 환자분이 계신데 힘이 없어서 장을 못 보고 쿠O으로 집 앞으로 배달을 시키신대요. 그런데 배달 봉투가 무거워서 사과 봉지를 그 안에서 풀러 사과를 하나씩 하나씩 냉장고로 옮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랬던 분이 요즘 500그램 아령 들고 으쌰으쌰 운동하세요. 그러니까 회원님도 더 열심히 하세요!! 그분보다 한참 젊으시잖아요!'


허리가 아프고 하루하루 통증으로 버티는 삶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사실 물리적인 허리 디스크 상태는 나빠졌지만 오랜 시간 투자한 재활운동 덕분에 다행히도 근골격 증상은 조금 나아지고 있다. 재활의 효과가 드디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어 근처 백화점 안을 설렁설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친구와 얘기하면서 아이쇼핑을 하다 신발 세일하는 매대에서 '편한 거 같은데 한번 신어볼까'하고 신발을 신어 보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날 보고 놀라면서 말했다.


"- 야, 너 지금 나 안 붙잡고 신발 신었어!

 - 뭐, 뭐?

 - 너 원래 뭐 붙잡아야 할 수 있었잖아. 너 나 안 잡았어.

 - 어..! 진짜네??

 - 너 진짜 좋아졌구나"


친구와 백화점을 걷는 것만으로 컨디션이 나아졌다는 방증이었다. 그런데 홀로 신발을 신다니, 오랜시절 보아온 친구 놀랄만한 일이었다.


그러게. 그랬던 내가 지금 아령도 들고 운동을 하고, 남산 길을 오른다니. 남들에겐 신경도 쓰이지 않을 아주 작은 일상의 일부분일 뿐인데, 나는  일상을 되찾음에 벅찬 행복감을 느끼는 중이다.


사람들이 불행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한 가지 동일한 원인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다스릴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 당신도 알 것이다. 그 무기력하고 답답한 느낌을...(중략)... 이런 상실감은 인간을 불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심장마비와 우울증 같은 병까지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염려하지는 말자.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내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어' 하는 자기 효능감 selficacy이 우리의 통제 능력을 되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법칙> 中 '당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




우울감에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자기 효능감'이라고 한다. 내가 스스로 나의 삶을 영위하는 것 얼마나 어려운지 여태까지 바위에 계란 치기처럼 사회에서 부서져내리는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거창한 사회의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의 성취를 통해서도 충분히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먹으면 현실의 벽에서 한계점을 느끼는 일이 다반사이고 젊음에서 멀어지면서 '잃는다'는 감정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낀다. 나는 건강을 잃고, 열정을 잃고, 가족을 잃고, 종내는 나를 잃었다는 감정에 오래도록 휩싸였던 사람이었다. 무기력했고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꼈고 삶이 내게서 무엇인가를 더 앗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다. 버티기 위해 돈과 시간을 밑 빠진 독에 들이붓는 것 같았지만 오랜 시간을 통해 건강이 서서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스스로의 챌린지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있는 참이다. 그리고 나아가 더 좋아질 미래를 생각하게 해주는 긍정을 부여해 준다. 언젠가는 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언젠가는 유럽을 가서 하루 종일 도시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자기 효능감에 대해 꼭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은 이 자기 효능감을 향상하고 더 나아지는 삶을 살기 위해 이 브런치북을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언젠가 다시 우울감에 허덕일 때가 온다면 내가 예전에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뇌며 다시 실행하고 다시 또 극복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자기 효능감을 자주 느끼고 작은 행복을 빈번하게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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