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추억과 취향을 담은 삶의 모음집
14. 일상을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 일본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데 TV 속 장소가 묘하게 익숙했다. '어디서 봤지? 여행을 갔던 곳인가? 근데 내가 저런데 여행을 갔었던가? 그래, 일본 갔었지.언제 다녀왔었지? 3년 전? 5년 전?' 의문은 꼬리를 물고 기억 속을 찾아 헤매는데 작은 힌트들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장소를 다녀왔다는 증거를 찾으러 핸드폰 갤러리를 뒤지는데 사진 한 장 남아있는 게 없었다. 일기장에도 여행 갔다는 글 줄 하나가 없었다. sns도 하지 않으니 그렇게 답답할 수가.
결국 외장하드와 노트북을 꺼내 비장하게 책상에 앉아 외장하드 속 파일을 열었다. 아, 8년 전의 일이었구나.그래 이런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자. 이 좋은 추억을 왜 외장하드에 넣어만 두고 고이고이 묵히고 있었지?
'큰 의미도 없고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닌데 뭣 하러.' 하는 마음으로 원래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들여다보며 추억을 회상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핸드폰에 다들 좋은 장소에서 찍은 셀카, 맛있는 음식 사진들이 있다는데 나는 셀카는커녕일 관련공사 사진만 잔뜩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일상을즐겁게 보내는 법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는 건 사진뿐인데.' 어른들 말이 틀린 것이 없었던 것을.
그래서 좋아하는 순간들을 남겨보자 마음먹고 소소한 일상의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다. 전엔 밥을 먹을 때에도 다른 사람 다 찍는걸 젓가락 들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제는 핸드폰을 들고 일상의 순간을 간직해본다.
내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sns도 시작했다. 갤러리보다 더 축약된 이벤트들의 모음집. 핸드폰을 바꿔도 용량이 부족해도 남아있을 내 그림 모음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언젠가 조금 힘겨운 어느 날에 그 순간의 좋은 날의 기억을 꺼내보면서 삶이 힘들지마는 않았노라고, 이렇게 좋은 날이 있었다고, 다시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아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2년 정도 기록하다보니 아름다운 추억들이 생각보다 많이 쌓였다. 보고 있노라면 조금 뿌듯한 생각도 든다. '짜식, 잘 살고 있어!'
지금은 예쁜 걸 보면 '예뻐예뻐'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드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으면서 웃고 있는 나를 깨닫는 순간,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