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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피 Nov 27. 2024

16. 바흐 음악 듣기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D-35

'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 오프닝 scene


16. 바흐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기억에 거의 남지 않은 어릴 때 이야기다. 어릴 적 엄마아빠 손을 잡고 용산전자상가를 몇 번 갔었다. 어른들이 뭘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거기서 바흐 CD를 사달라고 졸랐던 게 기억이 난다. 나 어릴 적에 부모님은 잠자기 전에 클래식 테이프를 틀어주곤 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클래식은 모르지만 오케스트라 악기소리듣는 것을 좋아한다.


모차르트, 쇼팽, 베토벤, 비발디와 같이 멋진 클래식 음악이 너무 많지만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찾아들을 수 있는 작품은 솔직히 거의 없다. 그런데 바흐의 작품은 여럿 찾아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클래식 중에서는 바흐의 작품들을 가장 즐겨 듣는다. 'G선상의 아리아'를 들을 땐 고요한 숲 속에서 나무 사이사이 햇살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고, '평균율 1번',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들을 때는 오르간을 터치하는 건반의 리듬 안에서 이뤄지는 음들의 조화를 따라가다 보면 파도처럼 일렁이던 번잡한 마음이 잠잠해지는 것을 느낀다. 잠이 들지 않는 날엔 '양들은 한가로이 풀은 뜯고'를 듣고 강렬한 음악을 듣고 싶으면 정경화 님의 '샤콘느'를 듣는다. 길을 걸으면서, 청소하면서, 집중이 필요한 순간, 잠이 들 때와 같이 정말 다양한 일상 속에서 바흐의 음악을 BGM처럼 듣곤 한다.


2010년 개봉했던 '바흐 이전의 침묵'을 영화관에서 홀로  담담하게 봤던 기억이 난다. 교육적이기엔 불친절하고 극적인 재미도 추구하지 않았던 그 영화를 나는 완전히 이완된 상태로 감상했었던 것 같다. 인기는 없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어느 OTT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것 같아서 요즘은 중고 DVD를 구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아마도 속이 시끄러운 날 그 영화를 틀어놓고서는 멍을 때리고 나면 다음 날 다시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게 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내 삶을 스스로가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힘 느껴진다. 그래서 일상의 작은 위로와 힘이 필요할 때 바흐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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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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