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밤하늘 별 보기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D-32

by 토피
'좋다'라는 감정에 집중해 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해도 생각보다 '좋은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목표는 '오늘도 즐겁게'가 아닌 '오늘은 무사히'가 된 지 오래다. 나를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행위에 집중해 보자는 의미에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리산 연곡사의 밤하늘 별들



19. 밤하늘 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춘기부터였을까. 서글픈 마음이 들면 밖에 나가 밤하늘 달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잔뜩 쉬곤 했다. 치열했던 낮보다 더 괴롭고 외로운 밤에 특히 그랬다. 보름이며 추석이며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날에 나는 사실 진심으로 달을 소원성취 할 성스러운 존재로 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보다 더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던 수많은 밤과 수많은 달이 있었으므로.

밤하늘에 낭만이 없던 내가 지리산 연곡사에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우연히 만난 밤하늘 수많은 별들의 찬란함에 반해버렸다. 제대로 별구경을 하려면 달빛이 없어야 한다. 낭만 대신 서글픔만 남아있는 존재가 사라진 하늘에는 그동안 뽐내지 못한 별들이 찬란하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찾았던 템플스테이에서 밤하늘을 보면서 '지구 역시 저 수많은 별 중 하나인데 내가 삶을 너무 어렵게 대하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며 별이 수놓아진 아름다운 밤하늘의 감상에 오래도록 취해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영양에 출장 갔던 밤 처음으로 북두칠성을 내 눈으로 목도한 이후에 별이 많이 보이는 밤에는 별자리 어플까지 대동해 별자리까지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운이 좋게도 다시없을 북유럽을 가게 되어 해발 1001m에서 끊임없이 펼쳐진 하늘 아래 가장 많은 별자리들을 봤다. 베가(직녀성)는 유명한 만큼 정말 밝았고 백조자리, 독수리자리,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등 수많은 별들에 둘러싸인 황홀한 밤이었다. 그러고 나니 *여름의 대삼각형은 이제 쉽게 찾아서 올 가을까지도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더 볼 수가 있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몰랐던 때로 다시는 돌아가지는 못하리라. 더 이상 밤하늘은 이제 외롭고 서글프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달이 뜨고 별빛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하늘에 있을 별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위안이 된다. 시간이 흐르고 날이 좋으면 다시 나타날 테고 하나의 별도 망원경으로 보면 대여섯 개의 별 일지도 모른다. 우주라는 공간에 지구라는 아주 작은 별이 있고 우주에서 라는 존재는 먼지보다 미미하겠지만 항성이던지 행성이던지 그래도 자신만의 빛을 내고 있는 그런 사람이리라. 달빛에 가리어, 멀리 있어 잘 알아차리지 못할 뿐.


쏟아지듯 무수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말할 것도 없지만 사실 도시에서 그런 광경은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처럼 밤이 길어 퇴근길 이미 새까매진 밤하늘에 어쩌다 별 하나 만나게 되는 날엔 그게 참 반갑다.

'너, 거기 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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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은 어떤 밤을 좋아하시나요?






* 여름철 대삼각형 : 여름철 북반구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밝은 별 3개가 이루는 가상의 삼각형이다. 백조자리의 데네브,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거문고자리의 베가로 이뤄지는 삼각형 모양의 성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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