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조용한 산사의 템플스테이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D-31

by 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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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숙소에서 본 풍경

20. 조용한 산사의 템플스테이를 좋아한다

작년 오늘, 12월의 첫째 날 내 인생 첫 템플스테이를 떠났었다. 종교는 없지만 홀로 조용히 템플스테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간 했었는데 현실을 참아내는 임계치를 넘어 도피하는 선택 같이 느껴져 끝끝내 미뤄뒀던 일이었다.


절에 갔다 온 것만으로는 당연히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왜 진즉 찾지 않고 고통을 감내했는지 과거의 내가 조금 후회가 될 정도다.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현실을 감내하려 애를 쓰다 보면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짜증, 분노, 억울함, 서러움.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순 있지만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잔뜩 엉켜버린 감정의 실타래를 마주하곤 한다. 그럴 때 절에서 걸으면서 자연을 보고 느끼고 감정이 흐르는 대로 글도 한번 적어본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와 대화가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감정이 사라지지 않지만 그렇게 엉켜있는 실을 하나하나 풀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자유로우며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소식도 폭격당하듯 쏟아지는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묵언수행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조용히 지낼 수 있다.

게다가 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있다. 주변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산 인 데다, 고개를 들지 않고도 머리 위 하늘과 구름이 펼쳐져 있다.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하지 못할 아름다운 별밤도 볼 수 있다.


계절마다 한 번씩 자연을 느끼는 좋은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이제는 회피의 수단이라기보다는 한 번씩 마음을 정화하는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기분이다. 그리고 사실은 무교로서 피정의 집도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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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들의 아지트는 어떤 곳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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