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로마 오일 향기 맡기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D-27

by 토피


참여했던 감정오일 클래스, 저 세가지 오일을 섞어서 만들었다.


23. 사무실에서 아로마테라피를 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나는 참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혈육은 수영장 냄새, 주유소 냄새를 좋아했는데 나는 맛있는 음식 냄새를 제외하고는 무취를 선호했었다. 성인이 되어 향수를 선물 받아도 거의 쓰지 않았다. 흡연자의 몸에 배어있는 담배냄새만큼이나 향수를 잔뜩 뿌린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나는 곧잘 숨을 참았다.


그런 고로 같은 맥락의 아로마 테라피도 흥미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무료 원데이에 마음이 동해 '감정오일 만들기' 클래스에 참여했다. 감정 오일 테스트를 통해 나의 마음 상태나 감정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무취를 선호하는 내가 마음에 드는 오일이 있었던 것도 신기했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오일은 시트러스블리스로 신체적 피로도가 높을 때 그 향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벌써 십여 년 동안 허리 고통에 시달리는 내게 정서적으로 위로가 되려나 기대하면서 나만의 감정 오일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애착이 생기는 건지 그 오일이 내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어 줄 거란 기대 때문인지 꾸준히 사용하게 되었다. 회사에 가져다 놓고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쓸데없이 간식이 당길 때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간다. 자리로 돌아와 오일 한두 방울을 손에 떨어뜨려 비벼 손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평소에 긴장하면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추는 습관 때문에 명치가 뭉치는 일이 잦다. 모니터에만 집중하던 눈을 감아 시야를 차단하고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시며 굳어있던 폐를 늘려본다. 오렌지나 레몬향과 같은 시트러스향이 담긴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마음을 환기해 본다. 눈을 감은 아주 짧았던 시간 이후 눈꺼풀을 다시 들면 뭔가 시야가 조금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다음은 나를 소중하게 케어하는 느낌으로 목과 어깨에 손을 대고 남은 오일로 마사지하듯이 주물러 준다. 잔향이 조금 더 곁에 머무른다.


회사에서 집중해서 일하는 것은 회사에게만 득이다. 내게는 오래된 긴장감의 지속으로 오후 4시쯤부터는 슬슬 어깨가 저릿저릿할때가 많다. 요즘엔 동료들이 담배 피러 갈 때 나도 짧은 아로마테라피의 순간을 통해서 쉼표를 찍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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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향은 무엇인가요?

Q. 여러분들은 일할 때 여러분만의 힐링의 시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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