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생각 정리하며 글 쓰기

좋아하는 것 찾기 프로젝트

by 토피

27. 생각 정리하며 글 쓰기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속이 시끄러워 스스로도 감당이 안될 때가 종종 있다. 오랜 시간 뒤죽박죽 섞여 툭하고 쳐내면 배설물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이 속이 더부룩하다. 그럴 때 나는 한 번씩 수첩에 생각들을 토로하며 적어내곤 한다. 스스로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속에 있는 정리되지 않은 언어들을 노트에 뱉어내고 눈으로 다시 읽다 보면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가게 된다.


한 달에 두어 번은 퇴근길에 카페에 들러 독서를 하면서 생각을 써내려 간다. 책은 알 수 없는 내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다. 가끔은 마음에 쌓였던 말과 답답한 마음에 억눌렸던 눈물이 함께 쏟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느 때는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이 기뻐 아름다운 것들을 찬미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사회, 일상, 관계에서 마주한 즐거움, 혐오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나의 생각을 비로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글쓰기는 나만의 알아차림 방식이다. 명상이 쉽지 않은 탓에 나는 글쓰기로 나를 알아가고 현재 내가 필요한 말을 찾아간다. 나의 의식에 지금 어떤 생각이 있는지, 지금 이 감정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인지하면서 나의 내면의 파도를 바라본다. 끝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정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 나면 나의 마음을 적어 내려 가는 글에도 객관성이 실린다. 삶의 보편성을 기반으로 정리되는 날도 있고, 타인이 말하듯 스스로에게 조언이나 위로을 하는 날도 있다.


그날 내 마음이 어떻든 카페를 들어갈 때보다 나갈 때 발걸음이 조금 더 가볍다. 저녁에 꿈꾸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잠들 것 같은 느낌으로 집으로 향한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나에게 칭찬하면서.



자, 당신의 존재가 좁고 깊은 호수라고 한번 상상해 보라. 그리고 그 수면이 바로 의식이다. 그곳은 밝은 빛을 비추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일이 그곳에서 일어난다. (…)
호수에서 우리의 의식이 보는 부분은 좁은 수면뿐이다. 정신은 수면 밑에 펼쳐진 무한하게 넓은 부분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넓고 어두운 공간을 벗어나 좁은 수면의 밝은 부분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교체가 진행되는 정신은 풍부하고 건전하며 다행히도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도 없이 많은 생각들을 마음속에 품는다. 그런 것들은 밝은 표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결코 없으며 밑에서 고통스럽게 썩어 간다. (…)
내가 지난 몇 년 사이에 체험한 것을 그와 같은 비유로 표현해 보면, 나는 아랫부분이 차단되어 있는 호수와도 같았고 그로 인해 고통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위와 아래의 물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가며 흐르고 있다. 어쩌면 아직은 부족하고 충분히 활기찬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시 흐르고 있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6. 친구와 함께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