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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인 Dec 06. 2021

사업의 흥하게 만드는 벤치마킹

CEO가 꼭 읽어야 할 도서 중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다고 한다. 이유는 국가 운영이나 사업 운영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중 국가를 망하게 하는 아주 좋은 교과서가 이 책이라고 한다. 결국 어떻게 하면 사업을 망하는지 안다면, 그렇게 사업하지 말라라는 조언인 셈이다. 그럼 반대로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한 국가의 부흥에 대해 공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 로마 부흥의 시작점을 알리는 시기가 바로 이 포에니 전쟁이다. 포에니 전쟁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반도를 동맹의 형식으로 통일한 로마였다. 하지만 이 포에니 전쟁이 끝나면 지중해의 패권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2차 전쟁이 끝나고 3차 전쟁이 있기 전에 마케도니아와의 전쟁도 있다. 결국 지중해의 패권을 모두 장악한 로마는 이제 더욱더 찬란한 문화를 이룩하게 되며, 그 토양 위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저라던지,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빛나는 인물을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2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는 아무도 살 수 없던 도시. 그로부터 약 200년 전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를 이룩한 해상강국 카르타고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로마의 불세출의 영웅 스피키오는 카르타고로 향했다. 카르타고행은 그리 고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카르타고는 자국의 군대보다는 용병에 의지하는 국가였다. 또한 여태까지 시칠리아, 에스파냐, 이탈리아 등에서 전쟁만 해왔으니 본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피키오의 문제는 다른 쪽에 있었다. 무사히 북아프리카에 도착한 뒤, 주변 국가와 동맹을 맺으려 했다. 그중 누미디아 왕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는 게 급선무였다. 당시 최고의 기병대는 누미디아 기병대였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우리한테는 '그냥 기병이 싸우다 죽으면 보병이 그 말을 타고 싸우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당시에는 등자가 개발되기 이전이다. 등자란 말안장에 달린 발걸이다. 이 발걸이 없이 안장만 있는 상태에서 말을 타는 건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아니고서야 탈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서로 맞붙어 싸울 때 말을 조종하는 기술은 가히 예술이 경지였다. 이 누미디아 인들은 어려부터 말과 함께 살아가다 보니 다른 나라의 기병들보다 말을 더 잘 탔다고 한다. 꼭 기병이 아니더라도 머나먼 타지에서 자신의 동맹군이 있다는 건 분명히 든든하다. 하지만 이 누미디아의 왕은 카르타고와 동맹을 맺는다. 카르타고의 미녀 공주와 혼인시켰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누미디아 왕국이 선왕의 아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 자리를 몰래 꿰찬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 여인은 선왕의 아들의 약혼자였다. 이 무슨 운명이 장난인지 아니면 스피키오가 운이 좋은 건지. 선왕의 아들인 마시니사는 한니발과 동맹을 맺는다. 이때 마시니사는 고작 200명의 기병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겨울로 접어들었다. 당시 겨울엔 전쟁을 하지 않는 게 관습이었다고 한다. 결국 진지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냥 보낼 리 없는 스키피오는 강화를 빌미로 적진에 사절단을 보내어 지속적으로 정보를 염탐했다. 이윽고 봄이 되던 날, 나는 강화를 맺고 싶지만 원로원에서 거절당했다는 전갈과 함께 적진의 진영을 모두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후 카르타고와 누미디아 동맹은 다시 스피키오에게 맞섰다. 이 전투에서 스피키오는 마치 칸나에의 한니발과 같은 전략으로 맞섰다. 당시엔 가운데 보병부대 양 날개에 기병부대로 전쟁을 하는 게 정석이었는데, 이 양 날개의 기병들이 앞서 나가 상대 기병들을 뒤로 밀어내고 보병은 가만히 적진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되니 보병의 좌우측이 훤히 뚫리게 되었다. 이때 스키피오는 자신의 보병대 뒷줄을 각각 상대의 좌우를 에워싸게 만들었다. 3면이 막힌 적군은 역시 대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카르타고 본국에서 극심한 패배를 맛본 카르타고는 이제 이탈리아에 보낸 한니발을 본국으로 소환하는 길 밖에 없었다. 역사적인 순간, 한니발과 스피키오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이 2차 포에니 전쟁에서 배운 점이 있다. 바로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하면 왠지 그냥 잘 나가는 누군가의 것을 베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벤치마킹이란 한니발과 스피키오처럼 앞선 사람을 뛰어넘는 나만의 무언가까지도 있어야 한다. 그저 배운 것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무언가로까지 재창조 해내야 한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온고지신이 딱 알맞은 말이다. 마케팅에서는 포지셔닝이라는 단어가 있다. 쉽게 위치이다. 지금 내 브랜드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 가 바로 포지셔닝이다. 예를 들어 콜라 하면 '코카콜라' 건전 지하면 '에너자이저' 빵집 하면 '파리바게트'같은 개념이다. 이런 기업들이 바로 우리 뇌의 최상위 포지셔닝이 된 제품들이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벤처기업들은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할까?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선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른 사다리를 만들라고 한다. 즉, 오래가는 건전지 '에너자이저' 맛있는 거 옆에 '스프라이트'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이런 카피라이트들이 생겨난 이유를 이제 짐작이 갔으리라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뭐 카피를 그냥 만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론이 있다는 온고를 알았다면, 이제 지신을 해야 할 차례이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인데, 이를 그대로 베껴 xx라면 역시 zz라고 하면 그건 그냥 베낀 거다. 또 그런 베낀 것은 사람들이 외면한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을 이기기 위해선 그 아성을 무너뜨리는 다른 포지셔닝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맛이 오래가는 껌 오리온 껌이라던지, 딱딱해지지 않는 풍선껌만 만드는 해태껌이라던지. 자신의 제품이 지금 어떤 장점이 있는지 분석하고 그 장점을 부각해, 아직 우리 뇌리 속에 없는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이렇게 '지신'해야 한다. 이만큼 온고지신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한니발은 알렉산더 대왕의 일대기를 듣고 익히고 배우며, 자신만의 전술을 만들어 냈다. 스피키오는 몸소 한니발의 전술을 보고 당하며 배운 세대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전술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스피키오보다 한니발을 더 위대한 전술가로 치는 이유는 아마도 알렉산더와 직접 맞붙어보지도 않고 글로 내려오던 알렉산더 대왕의 무언가를 현실로 이루어냈다는 점이지 않을까? 또 스피키오는 직접 보고 자란 세대이고 한니발을 뛰어넘긴 했지만 결국 한니발의 전술 안에서였을 뿐이라 한다.


결국 벤치마킹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 벤치마킹을 고대로 답습하는 사람이 아닌 좀 더 창의적으로 우리 회사에 맞게끔 벤치마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무엇이 창의적인 것일까? 앞서 내 장점을 부각해 우리 뇌리 속에 없는 포지셔닝을 선점하듯이 가장 '나'다운 것이 창의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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