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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디오스 Jan 04. 2024

백색소음을 듣는 아이들

요즘 학생들이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이유


중학교 교사를 하는 여고동창 친구를 만났다. 교직생활을 30여 년쯤 한 친구라서 만날 때마다 그즈음의 학생들이 어떠한지를 듣게 된다. 나 또한 퇴직 후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 강사이기도 해서 그 친구와 만나면 학생들 얘기를 자주 하게 된다.

 친구와 오랜 기간 만나다 보니 긴 세월 동안 아이들의 변화도 간접적이나 느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친구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탄식을 많이 듣는다. 그 안타까움은 교직의 애로와도 비례하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 중에 오늘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거였다.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부모님께 전달해야 할 가정통신문 내용이나 본인이 듣고 결정해야 할 내용을 설명해도 잘 듣지를 않는다는 거다. 물론 잘 듣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예전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그러하다는 얘기다.


친구의 판단으로는 학생들이 각자의 판단 기준으로 필터링을 해서 듣는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들을 얘기와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판단해서 말이다.  예전의 학생들보다 교사의 말을 잘 듣지를 않는다, 아니 잘 못 듣는 것 같다고도 했다.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미디어 노출이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눈으로, 귀로 들어오는 감각이 많다. 미디어가 대표적일 것이다. 예전에는 귀로 들어오는 소리는 부모님의 지시나 잔소리, 그리고 형제나 친구들과의 대화, 아주 옛날이면 마당에서 짖는 개소리, 또는 시골이면 소울음이나 닭울음 정도일 것이다. 물론 TV도 보면서 자랐겠지만 지금처럼 자기 몸의 일부인양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과는 정보의 양이 비교도 안 될 것이다.


이렇듯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노출되어 받아들이거나 또는 스쳐가는 시청각 정보가 너무 많다. 특히 청각 정보는 생활화되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틀어놓고 생활한다고 한다. 얼마 전 모임에서 들은 얘기인데 그분은 집이 조용하면 이상해서 항상 TV를 놓는다고 했다. 조용하면 뭔가 어색하다면서. 요즘은 학생이나 어른들이나 이런 소음에 익숙한 것 같다.



이런 백색소음은 늘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다. 흘려듣다가 어쩌다 내가 들을만하다고 판단되면 잠깐 주의를 기울여 들으면 된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넘쳐나는 시청각 정보(특히 청각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모든 정보를 집중해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 학교 선생님의 말도 이런 백색소음처럼 인식되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이나 TV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같은 것,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내가 듣고 싶을 때만 귀 기울여 듣는 것, 그렇게 프로세싱된 게 아닐까? 비단 학교 선생님의 말만 그럴까? 부모님 말씀, 학원 선생님 말씀, 어른들 말씀... 모두 그렇게 백색소음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접하는 정보가 미디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학습이라는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주입되는 시청각정보가 너무 많다. 한글공부, 감각공부 등등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들려준 청각 정보들이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말씀들을 모두 백색소음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아기들이 받아들이기에 가장 좋은 청각 정보는 엄마 목소리, 자연의 소리가 아닐까..)


나의 이런 근거 없는 추론을 듣고 친구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이건 그냥 얼치기 생각일 뿐, 늘 그러하듯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 이미지는 무료 AI 이미지 생성툴인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서 생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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