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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le Jun 07. 2023

오스트리아에서 공짜인 것은?

 오스트리아 관광청의 안내는 유용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공짜인 것은?’ 페이지가 그랬다. 가볼 만한 건 대부분 5월 이후라 오스트리아에서 4월 한 달을 보내는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정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레오폴드 미술관이 매월 첫 목요일 오후 6-9시에 무료로 개방된다는 걸 알았다. 레오폴드 미술관의 입장료가 15유로였으니 우리는 30유로를 아낄 수 있는 거였다. 레오폴드 미술관의 전망대를 공짜로 오를 수 있다는 사실도 관광청에서 알려주었다. 빈의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는 대부분 유료였으니 그 또한 유용한 정보였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링크


건내받은 무료티켓과 전망대. 사진보다 좀 더 시원한 전망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역할도 겸하였다. 오랫동안 유럽의 수도 역할을 해온 빈이니 만큼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빈을 제대로 느끼려면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아 여행을 떠나기 전 두꺼운 책도 한 권 샀다. 우리가 거쳐왔거나 앞으로 갈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그리고 이탈리아 일부지역까지도 모두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때문에 근대 유럽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빈은 중요하다, 고 책에 적혀 있었다.


 빈의 박물관 200여 개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비엔나 패스는 최장 72시간까지만 이용 가능했다. 하루에 한 개 이상의 박물관을 소화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무용한 패스였다. 반면 플렉시 패스는 60일 동안 유효한 이용권이었다. 2번에서 5번까지, 이용 횟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우리는 5회 이용권을 80유로에 구매했다. 싸지 않은 금액이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박물관 다섯 곳의 입장료를 더하면 100유로가 넘었으니 40유로를 절약한 셈이었다.


 빈은 조금만 찾아보면 이렇게 무료로 혹은 저렴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프라터와 슈테판 대성당 내부

 우리는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가 지척에 있는 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연간이용권도 샀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함은 아니었다. 계절 꽃이 피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았고, 펜더 머리띠를 하고 교복을 입고서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아 좋았다.


 빈에는 1766년부터 놀이공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프라터가 있다. 원래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냥터였던 것을 시민에게 개방한 것이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에도 등장한 프라터에는 무려 200년 가까이 된 대관람차가 있다. 이 대관람차의 이용료는 13.5유로. 하지만 프라터에는 입장료가 없다. 어차피 놀이기구를 타는데 그리 흥미는 없으니 이용료가 비싸던 싸던 상관없었다. 그리고 대관람차는 외부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멋지다!


 시내 중심부에 존재감 있게 자리한 슈테판 대성당도 전망대와 주요 구역을 제외하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유명하다는 유럽의 성당들은 대부분 유료였기에 티켓을 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슈테판 대성당을 둘러보다 입구에 있는 거대한 파이프가 눈에 띄었다. 저 거대한 악기가 연주하는 소리는 어떨까. 그러다 성 페터 성당에서 매일 오후 3시에 무료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연주 시간보다 조금 일찍 성당으로 향했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묵직한 울림. 여러 대의 악기가 동시에 연주하는 것 같은 화려함. 바로크 스타일의 성당에 앉아 이 연주를 듣고 있자니 성스럽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빈에서는 성당의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 일요일 미사시간에 맞춰서 가면 된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페도 있고, 길거리나 지하철에서도 버스킹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디서든 음악이 흘러나오는 도시였다.


칼덴베르그 언덕의 전망과 그린칭의 호이리게


 빈 시내 교통권으로 이동 가능한 범위 내에 칼덴베르그 언덕이 있다. 알프스의 끝자락에 있는 이 언덕에는 와인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덕 전망대에 오르면 와인 농장과 그 너머로 빈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한 나라의 수도에 이런 농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빈은 와인을 생산하는 유일한 수도라고 했다.


 칼덴베르그 언덕을 내려오면 바로 그린칭이다. 이곳에는 와인농장에서 운영하는 호이리게가 여럿 있다. 호이리게는 올해의 햇포도주를 파는 술집을 말한다. 호이리게 간판에는 소나무? 전나무? 다발이 걸려 있는데, 이는 우리 집에 올해 빚은 새 포도주가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호이리게 몇 곳을 슬쩍 들여다보니 나무가 우거진 정원에 테이블을 내다 놓고 몇몇 사람들이 앉아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낭만적인 분위기였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 정해둔 호이리게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마이어 암 파르프라츠(Mayer am Pfarrlpatz)'다.


 베토벤은 22세에 빈에 터를 잡은 뒤로 무려 70번 가까이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빈 여기저기 베토벤이 살던 곳 표시가 있어 뭐가 진짜야 했는데, 그 전부가 그의 자취가 남은 공간이었던 거다. 그린칭 주변으로만 그가 살던 하숙집이 3군데 있다. 하나는 베토벤 박물관, 다른 곳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집, 나머지 하나가 바로 ‘마이어 암 파르프라츠’다.

 

마이어 암 파르프라츠. 큰잔에 와인을 담아 준다.


 포도나무 덩굴이 우거진 넓은 정원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물론 아직 초봄이라 가지가 앙상하긴 했다). 멋진 인테리어로 장식한 실내 좌석도 있었지만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유럽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을 유독 좋아한다.(집이 두꺼운 벽으로 지어져 빛이 잘 들지 않아서 그런가...) 우리도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햇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리소토와 슈니첼 그리고 호이리게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은 맥주잔 같이 생긴 커다란 잔에 담겨 나왔다. 맛은 음. 그냥 그리너 벨트리너 와인을 병으로 먹는 게 난 거 같다. 조금 싱거운? 느낌이다.

 

 베토벤 박물관과 호이리게 주변으로 일명 베토벤 산책로 표시가 있다. 그가 이 길을 거닐며 교향곡 6번(전원 교향곡)의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유료로 운영되는 베토벤 박물관으로 가면 그의 유서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오늘의 산책은 베토벤의 흔적 찾기라고 말했다. 베토벤의 숨결을 느끼며 그가 걸었던 길을 걸었다. 어때 영감이 좀 오나. 오늘 작품 하나 나오나 하면서. 이 베토벤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는 비엔나​ 정보도 오스트리아 관광청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이런 깃발이 걸려있으면 뭔가 있다는 거다!

 

 빈에서 이런 공짜 여행의 테마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링슈트라세를 따라 걸어보기.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끼기. 클림트와 에곤실레의 흔적 찾기. 이런 흔적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오스트리아 깃발과 함께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유료 박물관도 좋지만, 입장료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는 빈의 곳곳이 공짜로 운영되는 박물관인 것 같다.


이번 매거진은 민현​​​​​​​​ 님과 함께 꾸려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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