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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Nov 30. 2023

독서대의 새로운 발견

독서대는 독서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독서대에 얽힌 추억이 있다.

"책을 볼 때 독서대에 놓고 보면 목이 편하더라구."

부장님의 한 마디에 '그거야!' 하고 3년 전 우리반 아이들에게 독서대를 무려 전원 강매시켰다. 일이만원으로 아이들의 목과 어깨를 보호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학부모님께 요구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하교 직전 내일 읽을 책을 미리 독서대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가는 1학년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독서대 때문이었는지 그 해 아침은 아이들이 조용히 책을 읽느라 바빴고, 독서대를 추천하신 부장님께서는 아침 자습시간에 지나가시다가 "자기 연구대회 준비해?  애들이 왜 이렇게 조용하게 책을 잘 읽어?" 라고 툭 던지고 가셨다. 아무래도 독서대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아이들이 차분했던 것 같다.


 다음 해에는 독서대를 준비해 오라고 전달하기엔 왜인지 모르게 마음속 부담감이 생겼다. 독서대까지 준해오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 알림장에 쓰지않았고, 아이들은 책을 책상에 놓고 봤다. 이렇게 아이들의 목이 거북목이 되어가고 어깨는 라운드 숄더가 되어가는구나 안타까워하면서. (실제로 나는 몸의 구조에 관심이 많아 요가에 심취했었고, 심취한 나머지 요가자격증도 딴 이력이 있다.)  


  얼마 전, 인스타로 열심히 피드를 구경하다가 나의 로망인 거실 책상에서 넓디 넓은 독서대를 놓고 우아하게 공부를 하고 있는 한 아이를 목격했다. 거북목에 예민한 나로서는 그 아이의 목을 유심히 관찰했고, 책상에 놓고 책을 볼 때보다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본 후 묵혀두었던 독서대를 찾아 보았다. 우리집 찬장에는 3년 전,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독서대를 사놓고 전학을 간 아이의 독서대가 있었다. 일반적인 독서대라서 큰 문제집을 놓으면 불안정했지만 아쉬운대로 이것이라도 사용하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권해보았다. 왜인걸, 나의 예상보다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아이들은 독서대 위에 책을 두고 공부를 하는 것을 훨씬 편안하게 느꼈다. 한참 공부에 심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들려지는 첫째는 독서대로 엉덩이를 의자에 편안히 붙일 수 있었고, 공부하다 보면 책상에 엎드려 있는 둘째도 자연스럽게 허리를 펼 수 있었다.

 

독서대 위에 책을 놓고 공부한 이후 엉덩이를 붙이게 된 첫째의 모습

 심지어 하나뿐인 독서대를 차지하겠다고 경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독서대가 뭐라고, 원래 싸우고 호기심에 질투하는게 쌍둥이라고는 하지만, 인스타에서 봤던, 독서대 위 책을 두고 편안하게 공부하는 아이의 영상이 오버랩 되면서 갑자기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는 않고 집중하라고만 외쳐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라떼는 말이야~' 라고 거드름을 피우며 이야기를 하자면 나 어렸을 적엔 공부할 때 거북목이고 뭐고 라운드 숄더고 뭐고 그냥 책상에 고개 쳐박고 공부하던 때였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지긴 했다. 아이들 목의 피로도까지 생각해주는 엄마가 나타나다니, 나는 오늘도 인스타에서 배웠다.


 인스타 속 아이가 소장하고 있던 독서대를 검색해 보았다. 8만원 대였다. 엥? 좋아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독서대 하나에 8만원? 아이 조금 낳고 아이를 위한 소비는 아끼지 않는 시대이다. 귀한 아이를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까지 고가의 선물을 몰빵해 주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내 기준엔 8만원은 필요 이상이었다. 곧바로 가격이 착한, 가성비 좋은 독서대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내 애정하는 쇼핑앱인 쿠팡에서. 둘러보다 매력적인 독서대를 발견했다. 크기가 웬만한 독서대보다 훨씬 크고 상품평도 좋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가격이 만원 대였다. 내 생각엔 이것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들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고 하기 때문에 8만원대의, 크기가 아주 큰 독서대 두 개를 책상 위에 두면 불편할 수도 있을것 같았다. 이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나의 합리화 일지도 모르겠지만.


집 찬장 속에 모셔져 있던 독서대와 새로 구매한 독서대, 크기가 많이 차이 난다.

 다음날, 기다리던 독서대가 도착했다. 아이들은 관심을 보였고 문제집 중 가장 큰 것(A3크기)을 올려 놓아 보았다. 눈대중으로 8cm 정도 위로 튀어나오긴 하지만 보고 풀고 쓰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독서대보다 훨씬 안정감 있고 커서 새로운 쿠팡 출신의 독서대를 서로 갖겠다고 아이들이 다퉜다. 그래, 8만원짜리 두개 살 값으로 만원짜리 두개 못사주겠냐, 하는 심정으로 주저함 없이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 독서대가 우리 아이들을 공부의 신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망상 가득한 기대와 함께.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푹 수그려진 고개가 안쓰럽고 걱정되었다면, 집 안에 하나쯤은 굴러다닐 독서대를 아이에게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크기와 안정감이 아쉽다면 약간의 검색과 비교로 적당한 독서대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혹여나 고가의 독서대가 눈앞에 자꾸 아른거린다면,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찬스를 쓰는 것도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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