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주말, 뭐 할지 알려드려요.
올해는 휴직을 해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가득하다. 특별할 것 없던 작년 연말과는 달리 올해는 들뜬 기분과 설레는 마음으로 성탄절과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친구와 백화점에서 향초 만들기를 시작으로 거실 벽 꾸미기,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를 연달아했다. 하다 보니 흥미가 생기고, 집 한편을 바라볼 때마다 흐뭇하다. 유명 관광지 경치 구경하듯 예쁜 장식들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러니 집에 있는 동안 따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굳이 밖에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아이들과 트리 만드는 영상을 SNS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또 재미있고 가슴 벅차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을까? 집에서도 사부작대며 잘 노는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이 추위에 찬 바람을 맞고 다니기는 싫었다. 레고나 인형 갖고 노는 것 말고 특별한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문득 '요리'가 떠올랐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 이번엔 쿠키 만들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렇다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곧바로 검색해 보니 역시 해결책이 바로 나왔다. 결제만 하면 발효까지 되어 있는 반죽 덩어리를 집으로 배송해 준단다. 예쁘게 모양을 잡아줄 쿠키틀과 장식에 필요한 초코펜, 뿌리는 스프링클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물건이 집에 도착하마자 아이들은 바로 쿠키를 만들어보자고 성화였다. 설득 끝에 주말에 여유롭게 만들어보자고 간신히 설득을 했는데 아이들의 사촌동생이 생각났다.
"얘들아, 우리 예윤이(사촌동생)도 불러서 같이 만들어볼까?"
"좋아!"
외동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을 더욱 잘 따르는 사촌동생도 불러 같이 만들기로 했다. 세심한 아이들 답게 하루하루 세어 가며 쿠키 만들 날을 기다렸고 드디어 일요일이 되었다.
신문지를 깔고, 도마 위에 밀가루를 살짝 뿌려 반죽을 올린 후 밀대로 밀었다. 아이들은 사람모양과 나무 모양의 자르개로 반죽을 꾹꾹 눌렀다. 너도 나도 원하는 틀로 반죽을 누르겠다고 욕심을 내는 아이들이 천진했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틀에서 조심스럽게 반죽을 떼는 그들의 눈빛이 진지했다. 에어프라이어와 오븐에 반죽을 넣고 10분 동안 기다렸다. 꺼내어 뒤집은 후 다시 10분 구웠다. 그동안 색색의 초코펜을 뜨거운 물에 중탕했다.
초코펜 장식은 검색해 봐도 예쁜 결과물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던 부분이었다. 나의 우려와 다르게 장식이 잘 되었다. 아이들이라 손이 어른만큼 야무지지 못한 건 당연했지만 원하는 색을 입히고, 장식사탕을 뿌리는 동안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활동의 기획자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장식을 굳힌 후 그럴싸하게 포장까지 해 보더니 진짜 가게에서 파는 쿠키 같다며 신나 했다. 주말 여유로웠던 한 시간 반 동안 서로 깔깔대며 웃고 같이 머리를 맞대어 결과물을 만든 과정은 그들에게 큰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교육자로서 다소 거창하게 생각을 해 보자면 반죽을 말랑이 만지듯 좋아하던 모습에서 촉감 자극, 쿠키가 구워지는 냄새를 맡으며 후각 자극, 장식을 눈으로 보며 시각 자극, 만든 쿠키를 맛보며 미각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주말이 무료하다면, 연말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데 무언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발효 후 배송되는 반죽과 모양틀, 초코펜, 뿌리는 사탕장식 이 네 가지를 추천한다. 꼭 아이들이 없어도, 오븐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알콩달콩 소꿉놀이 하듯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