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 파이팅.
손흥민이 출전한 축구경기를 보다가 "손흥민 이발했네."라고 말한다..
잘 때 조물 조물 발마사지를 해주기를 원한다.
하교할 때 엄마가 늦지 않게 학교 중앙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특정한 간식(미니붕어빵 초코맛과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한 배주스)을 갖고 와 주길 바란다.
수영을 하고 난 후 마트를 가려고 했더니 "엄마 나 피곤해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라고 한다.
꽃게 된장국을 먹고 싶어 해서 요리를 해서 국그릇에 담아 주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직접 게살을 발라 국물을 살짝 적셔 숟가락에 밥과 함께 올려주길 원한다.
조금만 이물질이 묻어도 다른 옷을 입고 싶어 한다.
엄마가 볼터치한 것을 감지한다.
자기 전에 볼터치를 지우지 않으면 왜 지우지 않았냐고(왜 같이 잘 준비를 하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하교 후 이유 없이 짜증을 낸다.
절대 안 먹는 음식이 있다. 케이크, 크림치즈와 같은 음식을 느끼해한다.
외식보다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더 좋아한다. 큰맘 먹고 아웃백 가자고 했더니 왜 아웃백 가냐고, 아웃백 안 가도 된다고 한다.
어디에 부딪혀서 아파하고 있는데 엄마가 상관없는 질문을 하면 '엄마, 내가 아픈 게 먼저잖아." 라며 공감받길 원한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8년 동안 키우면서 그들이 민감한 편이라고 깨닫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위와 같은 일화들을 마주하고 흘려보냈다. 길다면 긴 8년의 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민감'이라는 개념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진료실에서 단 5분 만에 아이들이 틱 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신 의사 선생님 덕분이었다. 이러한 아이들은 예민하고, 민감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 아이들을 민감한 성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았다.
민감한, 또는 예민한, 영어로는 sensitive. 책을 찾아보니 일레인 애런(Elaine N. Aron)이라는 심리학자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들을 ‘HSC(Highly Sensitive Child)’라고 부르고 있었다. HSC의 예민함은 ‘과흥분성(Overexcitability)’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과흥분성이란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하게 자극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분노, 두려움, 즐거움, 슬픔의 감정 변화도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과흥분성이라는 특성을 세상에 알린 심리학자 카지미에시 동브로프스키(Kazimierz Dabrowski)는 "과흥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내면의 갈등이나 고통이야말로 사람을 성장시킨다."라고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기 전까지, 책에서 HSC와 과흥분성이라는 개념을 접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까탈스럽게 굴 때마다 짜증이 먼저 앞섰다. 피곤이 몰려왔다. 까다롭게 행동하는 아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얘들은 도대체 왜 이런 걸까.'라고 생각했다. 그 까다로움에 나도 같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감정적으로 맞섰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감각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감탄하기보다 무심코 넘어간 적이 많았다. 섬세한 공감을 바라는 아이들에게 "원래 그런 거야." 라며 무심하게 대꾸하기만 했다.
두 달 전 아이들의 틱 진단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 진단 이후로 남편과 나는 관점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예민함과 민감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했다.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성향과 결부시켜서 보았다. 그들은 이렇게나 많은 신호를 부모에게 보내고 있었다.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엄마, 아빠. 우리는 HSC야. 우리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해 줘!"
나와 남편은 민감한 아이들의 부모답게 달라졌고 아이들의 틱은 눈에 띄게 호전되었으며 아이들이 편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물론 부모와의 관계가 더 좋아진 것은 당연지사이다.
아이가 까다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 때,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자. 우리 아이의 특성과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의 목록은 책에서 민감한 아이들을 키울 때 권하는 육아법 중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발췌한 것이다.
1.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표현할 기회를 준다. 선택지를 준다. 예를 들면 저녁 반찬 고를 때 선택지를 주고 선택하게 한다.
2. 리프레이밍하자.
'부끄럼이 많다', '겁이 많다'는 말은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소심하다' '내향적이다 '는 사려 깊은 것이다.
'신경질적이다'는 '주의력이 뛰어나다'라고 하자.
'행동이 굼뜨다'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것'이다.
3. 정해진 시간에 매일 애정표현을 하자. 우리는 등교할 때 현관문을 나설 때와 자기 전 '사랑해' 말하며 뽀뽀한다.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가며 "하트 뿅뿅"이라고 말한다.
4. 순간의 감정을 인정해 준다. 둘째가 첫째의 우산 귀퉁이에 이마를 부딪혀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첫째의 우산을 구부리려는 시도를 했을 때 "그런 걸 가지고 그래"라고 하는 대신 "이마에 부딪혀서 놀랐구나"라고 감정을 인정해 주었다.
5. 화내는 방법보다는 타이르는 방법이 예민한 아이 들게 게는 때로는 더 효과적이다. 물 웅덩이를 밟으려고 할 때 "그러면 물에 젖잖아! "라고 하는 대신 "물웅덩이 밟기 놀이 하고 싶으면 장화 신고 나와서 하자"라고 타이른다. 물론 나도 애들이 저녁밥을 한 시간 동안 먹을 때에는 소리를 친다. 언제나 타이를 수만은 없는 법.
6. 엄마한테 공주 같다고 했을 때 "엄마를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라고 감사를 표시한다.
7. 이 시간 이후에 언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알려줌. 아침밥을 먹으면서 "8시까지 밥을 먹고 그 후에 양치를 할 거야."라고 미리 귀띔을 해둔다. 민감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주고 할 일을 정해주는 것이 불안함을 감소시킨다.
민감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번거롭다.
민감한 아이는 지능이 높고 창의적이고 배려심이 많고 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위안을 얻으며 오늘 하루도 민감한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 출처: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불안이 사라지는 책, 나가오카 마이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