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아리에 살고, 동아리에 죽는 삶을 살았었다.
우리 동아리는 지금같은 시대에 얘기하자면 원시시대 부족(?) 얘기 하는 것 같은 까마득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지금은 같은 동아리, 다른 느낌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1. 한 달 동안 매일 4시간씩, 주말에는 집에도 안가고 10시간에 가깝게 연습을 해서 해마다 2번 공연을 치뤘다. 그때는 공부가 부업, 동아리 생활이 본업인가? 라고 자문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토록 사람들과 같이 땀흘려 춤을 추고, 공연을 완성한다는 짜릿함에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둘 수 없었다. 물론 중간에 잠시 탈동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골 논밭에 둘러싸인 교정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음을, 탈동해봐야 내가 하는 것은 술먹고 잠자는 것 이외에 딱히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다시 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재입동하는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우리 동아리는 원래 탈동한 사람은 안 받는다는 원칙이 있어서 나를 반대하는 선배들도 여럿 있었다. 어찌저찌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고선 미친듯이 춤을 추고 동아리 생활을 했다.
2. 선배가 아침 일찍 우리 기수를 불러서 깡소주를 먹인 게 생각난다. 그 선배가 우리에게 벌주를 마시게 한 이유는 우리가 춤 교습소에 다니는 애들 같다는 것이었다. 동아리에 들어왔으면 선배랑 친하게 지내고 밥사달라고도 하고, 술 사달라고도 하고, 모임에도 나오고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고. 그냥 우리 동아리에 춤 배우고 싶어서 들어온 애들 같다고.
지금 생각하면 그러한 열정만을 가진것도 얼마냐 순수하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그 때에는 자기 혼자 춤 기량 습득하고 쌩 하니 가버리는 것이 그 선배에게 무정해보였나 보다.
3. 우리는 방학 마다 합숙을 하곤 했다. 그 때 우리는 혼성합숙을 했었다. 정말 가족같이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다. 우리는 방학 때 10여일간 모여 남녀 할 것 없이 같은 방에서 합숙을 하며 라면을 끓여먹고 양푼이에 밥과 야채를 같이 뒤섞어 점심을 해먹고 땀냄새를 풍기며 춤을 췄다. 그런 고난과 시련과 역경을 좋아하는 이상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라고 우리가 서로 모여 웃곤 했었다. 열정과 에너지로 뭉친 집단이어서 그런지 이런 활동을 정말 행복하게 여기고 졸업해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선배들은 우리를 부러워 했다.
4. 선배의 행동을 배운 우리는 후배에게 똑같은 행태를 벌렸다. 밤중에 불러서 소주를 마시게 한 것이다. 레파토리는 비슷하다. 너희는 춤만 추러 우리 동아리에 들어온 것 같다느니 어쩌느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에 그냥 같이 춤이나 더 잘 연습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그 후배들과 조금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대학교 3년동안 ( 4학년때는 정신 차리고 공부 하느라 다들 동아리생활을 졸업한다.) 무진장 열심히 춤을 춘 결과, 그 보답이랄까. 여지껏 어디가서도 몸치 소리는 안 듣고 술 한잔 걸치고 흥이 나면 춤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간간히 유튜브에 춤 영상도 올리고, 심지어 직장에서도 춰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한다. 그걸 본 우리 애들도 집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나중에 아이돌 한다고 하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수학문제집을 풀면서 춤을 출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건전한 취미생활이 되기를 바라며. 춤을 즐기는 그들을 말리고 싶지 않다. 나 또한 춤을 출 때 얼마나 흥겹고 날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지 겪어봤기 때문에.
아직도 그 시절의 동아리 생활을 잊지 못하고 한 번씩 찾아가는 것도, 작지만 회비를 매달 내는 것도 나의 한 시절 추억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의 에너지와 흥과 끼를 발산시킬 수 있도록 그 발판이 되어준 동아리를 사랑했고 같은 동아리원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