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춤춘 경험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 캠프에서 다른 친구들과 춰본 춤 동영상을 어떻게든 유튜브에서 찾아보겠다고 검색 단어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보더니 결국 찾아냈다. 검색 단어는 '축구 dance game song'. 이마저도 음성 검색 기능을 사용했다. 한국어로 '축구 댄스 게임 송'이라고 검색했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지도.
유튜브에서 찾은 영상은 콜롬비아 출신의 가수 'Shakira(샤키라)'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주제가로 부른 'Waka waka'라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이 노래의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38억회에 달했다. 유튜브에 'waka waka'를 검색하면 두번째로 뜨는 영상이 우리 둥이들이 그토록 찾았던, Just dance Mega star를 받은 영상이다. Mega star는 별 다섯개를 넘어서 완벽에 가깝게 화면의 안무를 재현해내면 받을 수 있는 점수이다. 아이들은 말레이시아 호텔방에서 주구장창 그 영상을 보며 춤을 췄다. 영상도 찍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마음껏 즐겼다. 내 아이들이 이렇게 춤에 진심인 줄 몰랐다. 엄마가 춤 추는 것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이 곡은 Just Dance 2018년 버젼에 수록된 곡이었다. Just dance는 매해 출시되며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각 버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한 소절 들으면 대부분 '아~' 할 법한 곡들이 40여개 정도 수록되어 있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우 조이콘을 잡고 화면에 나오는 인물의 춤을 잘 따라하면 'Good', 'Excellent', 'Perfect' 등으로 뜬다. 마치 옛날 오락실 펌프에서 화면에 맞게 스텝을 잘 밞으면 비슷한 문구가 뜨듯이.
아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Just dance 안무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추는 영상을 여러가지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영상에 맞추어 춤을 따라하는게 낙이 되었다. 유튜브만 보고 따라 추는 게 안쓰러웠던지 남편이 소프트웨어를 사준다고 애들을 데리고 장난감 백화점을 갔다 오더니 사갖고 왔다.
예상대로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둘째는 몸짓에 혼을 실어서 표현한달까, 둘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엄마인 내가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아드레날린을 느끼는 것과 같이, 아이들도 춤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점수를 쌓으며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몸으로 안무를 출 때의 표정은 진지했고, 추고 나면 환하고 밝아졌다. 가만히 앉아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핸드폰 게임이나 닌텐도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있어 보였다.
학교를 간만에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작년에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올 때면 그들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다. 하는 말마다 말꼬리가 흐려지며 알 수 없는 짜증을 부리는 날 마저 있었다. 오늘 내심 속으로 작년과 비슷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엄마'를 명랑하고 밝고 환하게 외치며 반갑게 부르는 이 모습을 학교 다닌 후로 처음 보는 것만 같았다. 우리 아이들이 밖에서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본 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왠지 모를 자신감을 등에 업고 있는 듯 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온갖 경험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춤을 추면서 몸으로도 아름다운 몸짓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낀 자의 여유랄까.
아이들이 춤을 통해, Just dance 게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을 더 알게된 것만 같아 마음이 무척 벅차다. 앞으로도 그들이 춤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로 인해 뿌듯함과 쾌감을 느끼고, 나아가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