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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돈케어 Sep 07. 2023

7. 공황장애 극복에 가장 좋았던 건, 이거다.

침대 위. 후련하다. 잘했다 생각이 든다. 뿌듯함과 성취감도 있다. 운동을 시작한 지 8개월째다. SNS에 바디프로필을 찍을 몸은 아니지만, 옷도 제법 여유가 생겼고 숨도 덜 차는 느낌이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운동한다. 숨차게 운동을 하니 숨 가쁜 느낌도 적응이 됐다. 숨이 가쁠 때 호흡을 고르는 연습도 덩달아하는 것 같다.


공황장애 극복에 약이든 운동이든 다 필요 없다는 의사도 봤다. (그분은 인지행동치료 전문가였는데, 인지행동치료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에겐 운동으로 얻은 이점이 꽤 크다. 일단 숨이 차도 전처럼 당황하지 않는다. 운동하면서 심장 뛰고 숨이 가쁜 것에 익숙해졌다. 운동에 악을 쓰다 보면 어이없는 웃음, 실소가 터진다. 이것 또한 생활의 즐거움이 됐다. 자주 다니니 직원 분들이랑도 눈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회사 아닌 밖에서의 인간관계가 새로운 자극이 된다.


운동하면서 좋은 것 또 하나, 잡생각이 줄었다. 평상시에 날 괴롭히던 별의별 잡생각이 운동할 때는 싹 사라진다. 힘든 운동을 할 때면 머릿속이 텅 비고, 오직 숫자만 세는 나를 발견한다. 하나, 둘, 셋... 열다섯까지만 하자. 하자. 해보자.... 해냈어! 오케이! 운동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밖을 보는 스위치가 탁 꺼지고 나만 바라보는 느낌이다. 내 느낌에 집중하는 운동 시간은 '명상'과도 같다.




정신과 약만큼 효과 좋은 '운동'

운동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치료에 좋다는 건 수많은 연구결과가 증명해 준다. 심한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동처방과 항우울제처방으로 나누어 실험했는데, 4개월 후 치료효과는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1 운동이 항불안제만큼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10개월 후 추적검사를 해보니 운동처방군의 우울증 수준이 가장 낮았고, 재발률도 적었다고 한다. 그리고 약물치료를 받았더라도 신체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들 역시 우울증 수준이 낮고 우울증 재발률도 낮았다.2  


불안장애에도 운동이 효과가 있다. 불안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불안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게 될 확률이 높은데, 높은 불안민감도를 가진 사람들이 유산소 운동을 한 후 민감도가 낮아졌다고 보고했다.3, 4 나는 공황발작이 있고 나서 집 밖을 달리는 유산소운동을 많이 했다. 숨을 잘 못 쉴 거 같으면 더 뛰었다. 그래야만 호흡이 리셋되는 것 같았다. 달리기로 호흡을 최대한 가쁘게 하고 나면 쉽게 진정됐다. '달리기 때문에 숨이 찬 거야'라고 내 스스로에게 되뇌면 신기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반복되다 보니 갑자기 숨이 차도 전처럼 놀라지 않게 됐다.


운동은 뇌 속의 해마도 커지게 한다. 편도체가 불안신호를 느낄 때 해마는 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마는 우울증이 있으면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줄어든 해마는 그만큼 편도체를 컨트롤하기 힘들어진다. 항우울제를 먹으면 해마는 다시 커진다. 그런데 운동을 해도 해마는 커진다. 3개월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했더니 해마의 부피가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5 인간뿐만 아니라 쥐도 그렇다.6




물론 운동 대신 약을 먹어도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약은 '용기를 주는 마법'일뿐, 영원한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를 대상으로 한 통계가 있다. 이들 국가에서 항우울제 처방이 25년간 상당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는 줄지 않았다.7 평생 약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약을 먹지 않아야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동은 좋은 해결책이다.


운동은 부작용이 없고 의존성도 없으며(의존성이 있다면 내가 몸짱이 될 것이다... 반드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없다. 잠도 잘 온다. 운동을 할수록 심폐지구력과 균형능력 등이 늘어나 덜 다치고, 부상에도 빠르게 회복한다. 또한 기존 약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운동으로 더 멋진 몸을 갖는 것은 덤이다.


한번 도전해 보자. 필요한 준비물도 없다. 간단히 옷 챙겨 입고 운동화 신고 밖으로 나가자. 나가서 한가한 길을 걷다가, 기분이 내키면 살짝 뛰어도 보자. 달리기 선수처럼 뛸 거 까진 없다. 그냥 이 시간을 즐기는 사람처럼, 바람을 즐기는 사람처럼 가볍게 뛰어보자. 당신은 오늘 이렇게 공황장애와 한 발짝 멀어질 것이다.



1. Blumenthal JA, Babyak MA, Moore KA, Craighead WE, Herman S, Khatri P, Waugh R, Napolitano MA, Forman LM, Appelbaum M, Doraiswamy PM, Krishnan KR. Effects of exercise training on older patients with major depression. Arch Intern Med. 1999 Oct 25;159(19):2349-56. doi: 10.1001/archinte.159.19.2349. PMID: 10547175.

2. Babyak M, Blumenthal JA, Herman S, Khatri P, Doraiswamy M, Moore K, Craighead WE, Baldewicz TT, Krishnan KR. Exercise treatment for major depression: maintenance of therapeutic benefit at 10 months. Psychosom Med. 2000 Sep-Oct

3. Smits JA, Berry AC, Rosenfield D, Powers MB, Behar E, Otto MW. Reducing anxiety sensitivity with exercise. Depress Anxiety. 2008;25(8):689-99. doi: 10.1002/da.20411. PMID: 18729145.

4. Broman-Fulks JJ, Storey KM. Evaluation of a brief aerobic exercise intervention for high anxiety sensitivity. Anxiety Stress Coping. 2008 Apr;21(2):117-28. doi: 10.1080/10615800701762675. PMID: 18350391.

5. Pajonk FG, Wobrock T, Gruber O, Scherk H, Berner D, Kaizl I, Kierer A, Müller S, Oest M, Meyer T, Backens M, Schneider-Axmann T, Thornton AE, Honer WG, Falkai P. Hippocampal plasticity in response to exercise in schizophrenia. Arch Gen Psychiatry. 2010 Feb;67(2):133-43. doi: 10.1001/archgenpsychiatry.2009.193. PMID: 20124113.

6. Bjørnebekk A, Mathé AA, Brené S. The antidepressant effect of running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hippocampal cell proliferation. Int J Neuropsychopharmacol. 2005 Sep;8(3):357-68. doi: 10.1017/S1461145705005122. Epub 2005 Mar 15. PMID: 15769301.

7. Anthony F. Jorm, Scott B. Patten, Traolach S. Brugha, and Ramin Mojtabai, “Has Increased Provision of Treatment Reduced the Prevalence of Common Mental Disorders? Review of the Evidence from Four Countries,” World Psychiatry 16, no. 1 (2017): 90–99, https://doi.org/10.1002/wps.20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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