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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돈케어 Sep 11. 2023

8. 공황장애는 왜 생길까? 잘못된 ____때문이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다 망할 거 같은 데. 또 불안이 올 거 같은데. 밥도 안 넘어갈 거 같아. 하아...


머릿속을 괴롭히는 내 생각들이다. 불안이 높아지면 나쁜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나쁜 생각이 들면 더 불안해진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스스로를 다그쳐봐도 그때뿐이다. 걱정이 엄습하면서 가슴이 또 한 번 '쿵' 하고 떨어진다.




머리가 복잡할 때 명상을 한다.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눈을 감고 앉아있는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내가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위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앉아 있는가. 내 몸에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는가.


명상의 효과: 약보다 낫다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은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명상을 하면 불안한 생각이 줄어들고 편도체가 안정화된다는 연구1가 있으며, 스트레스 완화에 특화된 명상(MBSR)은 내가 먹은 항우울제(SSRI)와 효과가 거의 비슷하다는 연구2도 있다.


특히 MBSR과 항우울제(SSRI) 효과를 비교한 실험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바로 부작용이다. 미국 내 276명의 불안장애환자 중 140명은 항우울제를, 136명은 MBSR 명상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부작용으로 실험을 중단한 사람은 항우울제 실험군 중 10명(8%)이 있었으나, MBSR은 없었다. 그리고 실험 중 부작용을 1건 이상 겪은 사람은 항우울제가 110명(78.6%), MBSR은 21명(15.4%)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항우울제나 명상이나 불안개선 효과는 같았는데, 부작용은 명상이 훨씬 적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biscotto87/Adobe Stock


명상을 처음에 접할 때는 '어떻게 하라는 거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앉아서 눈을 감고 생각을 바라보라는 말이 생소하긴 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이다.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어떠한 생각이 일어나는지, 느낌이 드는지 바라보는 것, 이것이 명상이다.


나의 느낌과 생각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마음에서 일어난 하나의 감정과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감정과 생각을 '해석'하려고 한다. 불안해지면서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면 '갑자기 왜 이러지? 또 공황이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명상은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그저 흘려보내도록 한다. 불안해지면 '내가 지금 불안한 느낌이 드는구나', 심장이 빨리 뛰면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구나' 하고 그 느낌만 알아차리는 것이다. 느낌에 해석을 부여하지 않는다.


느낌은 죄가 없다. 그 느낌을 '해석'한 생각이 문제다. 공간 안에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느낌이 '숨을 못 쉴 거 같아' '죽을 거 같아'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번지는 것이 문제다. 느낌은 그 느낌 그대로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잘못된 생각 고치기: MBCT

마음챙김 기반의 인지치료(MBCT)는 '잘못된 생각'을 개선하는데 더 중점을 둔 명상이다. MBCT는 8주간의 프로그램으로, 혼자 책으로도 배울 수 있다. 나도 공황증세로 힘들 때 혼자 했다. MBCT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다행히도 한글판 워크북이 있다. '8주 마음챙김 MBCT 워크북(존 티즈데일, 마크 윌리엄스 저/불광출판사)'이다.


MBCT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정신적 사건이다.'


즉,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거다.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일 갑자기 집 문이 안 열리면 어떡하지? 회사에서 잘리면 어떡하지? 공황이 또 오면 어떡하지? 내 머리가 잘못됐으면 어떡하지? 불안한 생각은 감정을 파도처럼 몰고 와 나를 덮친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이 생각들이 현실인가?


현실이 아니다. 그저 내가 만들어낸 생각일 뿐이다.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로또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을 것이다. 현실이 아닌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우리가 얼마나 '생각'에 취약한지를 알게 해 준다.


나의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만들어낸 생각이 70%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불안이 왔을 때, 불안을 해석하는 '생각'이 불안을 더 증폭시킨다. 내 생각 때문에 불안이 커진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내 불안은 크게 줄었다. 불안한 생각이 들 때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이 아니다'를 되뇌었고, 심지어는 그 말을 종이에 쓰기도 했다. 쓰면서 내 전두엽을 깨웠다.


MBCT가 공황장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3도 있다. 우리나라 분당차병원에서 공황장애 환자들을 나누어 MBCT와 약물처방을 병행한 결과, 8주 MBCT 프로그램 후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약물치료만 받으면 6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MBCT와 약물을 병행한 사람 중 2년 동안 공황장애가 재발하지 않은 사람이 65.4%였다고 한다. 공황장애 증상이 완전히 사라질 확률 역시, 약물치료만 받은 사람보다 MBCT와 약물을 병행한 사람이 더 높았다.


또한 MBCT를 병행한 사람의 뇌영상을 비교해 보니, 치료 전보다 2년 후 앞쪽 대상회(Anterior cingulate gyrus)와 백색질의 연결성이 감소했다. 공황장애는 신체감각에 예민하고 과도하게 걱정하는 편이 많아, 회색질 연결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MBCT를 받은 사람은 회색질 연결성이 줄어들었고, 감소폭이 클수록 공황장애 증상이 많이 개선됐다.


연구진은 "사람의 행동과 생각은 뇌에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킴으로써 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MBCT가 뇌를 바꾼 것이다.




지금부터 명상을 시작해 보자.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도 좋고, 앞서 말한 MBCT 워크북도 좋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내 몸을 느껴보자. 발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 발바닥, 발 등에서 느껴지는 감각... 종아리, 허벅지, 배, 등, 가슴, 팔, 목, 머리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느껴보자. 그리고 그 느낌을 가만히 바라보자. 그 느낌에 해석/생각을 부여하지 말고, 그저 바라만 보자. 그리고 그 느낌이 커지는지, 작아지는지 보자.


불안한 생각이 든다면 다음 말을 소리내보자.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이 아니다.'



1. Goldin, P. R., & Gross, J. J. (2010). Effects of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on emotion regulation in social anxiety disorder. Emotion, 10(1), 83–91. https://doi.org/10.1037/a0018441

2. Hoge EA, Bui E, Mete M, Dutton MA, Baker AW, Simon NM.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vs Escitalopram for the Treatment of Adults With Anxiety Disorder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Psychiatry. 2023;80(1):13–21. doi:10.1001/jamapsychiatry.2022.3679

3. Bang, M., Kim, B., Lee, K.S., Choi, T.K. and Lee, S.-H. (2023), Long-term benefits of mindfulness on white matter tracts underlying the cortical midline structures in panic disorder: A 2-year longitudinal study. Psychiatry Clin. Neurosci., 77: 355-364. https://doi.org/10.1111/pcn.1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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